포스트 하노이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북미가 각각 전통우방인 중국·러시아, 일본과의 밀착을 강화하는 등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동북아시아에서 북핵 문제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한국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일괄타결식 빅딜’을 주장하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꾀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압박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친서를 19일 공개하며 각별한 북중관계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시 주석이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국무위원장에 재추대된 것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낸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며 “총서기(시 주석) 동지는 제일 먼저 진정 어린 따뜻한 축하의 인사를 보내셨다”며 “이것은 나에 대한 총서기 동지의 더없는 신뢰와 우정의 표시가 되는 동시에 우리 당과 정부와 인민의 사회주의 위업에 대한 확고부동한 지지와 고무가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보란 듯이 굳건한 북중관계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 역시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원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 방식을 지지해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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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륙외교에 맞서 미국은 해양세력인 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미일은 이날 열린 외교·국방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공조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며 정상회담 개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동맹국인 일본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서도 외교력을 발휘하는 반면 ‘코리아 패싱’을 노골화하면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서경 펠로(자문단)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 정부는 너무 북한 문제에만 몰입해 주변국 외교에는 소홀함이 있었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중국과 일본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우리는 중국·일본 모두와 관계가 별로인 상황”이라며 “북한 문제가 중요하지만 세계 10위권의 중견국으로서 북한, 주변국, 글로벌 이슈 간의 조화가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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