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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이해찬 "총선목표260석"..'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말아야 하나'

화 참지 못한 '버럭'은 사라진지 오래

'분위기 메이커' 발언이 스텝꼬여 실수

원스턴 처질 같은 '재치와 여유'소유한

품격있는 원로정치인 기대

◇내년 260석 목표.. 野‘자뻑’·‘정신 차리라’ 맹비난



지난 17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 임시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이해찬 대표가 선출된 지 대략 8개월입니다. 그동안 청와대에 끌려다니던 여당의 존재감을 키웠고, 당정청 소통을 강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역시 문제는 ‘말’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근에도 ‘한 건’이 터졌습니다. 지난 17일 당사에서 열린 원외지역위원장 모임에서 “내년 총선에서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오늘 125명 원외 위원장들이 총회를 하는데 다 총선에서 당선되면 우리 당이 240석이 되고 비례까지 합치면 260석쯤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작년)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압승을 거둬 지역 기반이 굉장히 좋아져 충분히 꿈꿔볼 수 있다”고 자신감까지 내비쳤습니다. 논란이 일자 당 대변인이 “특정 의석수를 설정 계획한 바가 아닌 독려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다음날 야당은 일제히 비난 성명을 쏟아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자뻑(자기도취)’도 이런 ‘자뻑’이 없다”며 맹비난했고, 같은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집권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민생을 걱정하는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고 입만 열면 오로지 총선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정신 차리시라”며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한 발언”이라 논평했고,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집권여당 대표가 공석에서 할 말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국민정서상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은 과했다”“오만한 여당으로 비칠까 걱정된다” 등 적절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사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좀 억울 한 만 합니다 . 당 원외위원장들과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니 누구 말대로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여길 수도 있을 듯합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습니다. “20년 집권론을 강조했는데 제가 20년 살겠어요(2018.10.9/방북단, 방미특사단 합동기자간담회)”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를 제가 지금까지 공직 생활하면서 들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2018.10.8/당·정·청 회의)” 농담조의 발언이었지만 야당과 언론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집권 여당 대표의 발언에 무게감이 없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분위기 메이커가 되겠다고 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 여성 비하 발언입니다. 지난해 12월 초 국회에서 찡 딩 중 베트남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나라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일파만파로 번졌습니다. 야당은 “집권여당 대표라는 분의 시대착오적인 저질 발언”(바른미래당), “다문화 가정 모두에 대한 모욕”(민주평화당), “지금과 같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고집 세고 오만한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정의당) 같은 맹공을 이어갔습니다. 민주당은 야당이 맥락을 무시하고, 외교 문제로 비화시키려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찐 딩 중 부총리가 먼저 많은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자와 결혼한다고 말해 화답하는 차원에서 나온 언급이었단 겁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업’시키려다가 스텝이 꼬인 셈입니다.

◇ “말 안 한다니까..그만들 해”..언론 기피증



지난 2005년 국무총리 시절 이해찬 대표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김영남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면담마치고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으며 회담장을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말’로 논란을 일으키지만 정작 그는 말을 전달하는 언론과는 거리를 두는 정치인으로 유명합니다. 공식 브리핑을 빼곤 인터뷰도 잘 하지 않습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의 정책위 의장이 당시에도 이 대표는 기자들과의 만남을 극히 피했습니다. 의장 취임 이후 정책위가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기자들과의 ‘아침 간담회’가 일방적으로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말 안한다니까”는 발언을 수시로 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회차원의 북한 관련법 개정 필요성을 기자들이 묻자 “말 안한다니까. 말하는대로 써주지도 않는데,난 말 안해”라고 목청을 높인 일화도 유명합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 정책위 의장이 언론을 향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셈입니다.

지난해 당 대표 취임 후에는 그나마 8차례의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것도 대단한 변화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지난해 11월 언론 기피증이 다시 폭발했습니다. 당시 이 대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혜경궁 김씨’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만들 해. 이제”라고 했다가 그래도 질문이 이어지자 “그만 하라니까”라며 취재진 마이크를 손으로 밀친 바 있습니다.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재야 시절에는 모 중앙지 취재기자의 뺨을 때린 적도 있습니다. 2004년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이와 관련해 서면질의를 하자 “87년 재야운동을 할 당시 잘못된 보도에 항의하고 언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답변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그의 언론관은 국무총리 시절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2004년 독일 출장 중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곤 “동아와 조선은 역사의 반역자다. 동아 조선은 내 손아귀에 있다. 까불지 말라”는 폭언을 쏟아 냈습니다. 당시 이어진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도 “평소 느낀 것을 말한 것으로 책임질 사안이 없다.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를 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 원을 받은 정당 아니냐”고도 말해 보름 가까이 국회는 마비됐습니다. 이 대표가 이처럼 언론을 불편해 하는 이유는 그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공격을 받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 탓”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05년 3월 이 대표는 관훈토론회에서 “공격을 받으면 참지 못하는 제 성격 탓이다. 수양이 덜 돼서…”라고 말합니다.

◇‘리더보다 참모형’ 스스로 자질 평가..리더일때 잦은 말 실수

이 대표는 총리, 당 대표 등 최상위 리더 위치에 있을 때의 발언이 주로 논란이 됐습니다. 물론 사소한 농담도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직책의 무거움이 반영된 것이지만 당 대표 직전의 ‘의원 이해찬’은 지나치게 ‘조용히’ 지냈습니다. 그는 세종시 국회의원 이외에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기 ‘국회의원 이해찬 의정보고서’도 세종시 관련 내용이 주로 채워졌습니다. 여권 관계자들도 앞서 2012년에 이미 당 대표를 맡았고,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인물이 이슈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도 세종시 현안에 집중됩니다.

국정 전면에 나서지 않을 때 ‘조용한’ 이 대표의 스타일은 역시 그가 스스로 밝힌 정치적 자질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2010년 이 대표가 출간한 <문제는 리더다>를 보면 “나는 리더가 잘 맞지 않아요. 리더를 도와주는 데는 대단한 장기(長技 )가 있어요. 김대중 대통령도 그렇고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고, 내가 두 번 선거에서 모두 기획본부장을 했는데, 두 번 다 쉬운 전술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굉장히 용의주도하게 해야지 허술하게 해서 되는 게 아니었어요”라고 서술합니다. 리더보다 참모형이라는 겁니다.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13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이해찬 후보 선거 벽보. /사진제공=이해찬 블로그


◇52년생..“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慾不踰矩)”가능성

이 대표는 52년생입니다. 그럼 나이 60세에 귀가 순해진다는(耳順) 공자의 말이 적용될까요. 실제 이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버럭’이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대표를 보좌하는 여당 의원도 “많이 듣고 존중해주는 당 대표”라고 합니다. 문제가 된 발언도 과거 총리 시절처럼 화를 참지 못 한다기 보다 분위기 전환, 일종의 ‘예능’을 하려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공자는 나이 60세에는 세상사와 사람에 대한 너그러움과 여유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공자의 말이 맞다면 앞서 설명한 ‘참지 못하는 성격’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자는 70세에 대해서는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慾不踰矩). “내 나이 칠십이 되니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이를 줄여 종심(從心)이라고 하는데 “어떤 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해도 실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곧 70세를 바라보는 7선의 노장에게 말 실수를 줄이고 ‘예능’성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제임스 C 흄스의 <윈스턴 처칠의 재치와 지혜>의 내용을 들려드립니다.

<91세 세상을 떠나기 직전 해까지도 처칠이 의회에 나오자 뒷자리 의원 몇몇이 “가엾은 양반, 약간 정신이 나가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를 거야”라고 수근거렸습니다. 처칠은 뒤로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맞았네. 그리고 이 늙은이가 귀도 상당히 먹었다는 소문이 있더군”> 화가 났던 모양이지만 ‘말의 재치와 여유’를 잃지 않았던 처칠의 ‘예능’을 이 대표에게도 기대해봅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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