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로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겠다”며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7년 19대 대선과 2022년 20대 대선에 이은 세 번째 대권 도전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선 경선 일정과 룰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11분 37초가량의 대선 출마 선언 영상을 통해 “정부 단위의 인력 양성과 대대적인 기술·연구개발(R&D) 투자, 스타트업·벤처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있으면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갈등을 ‘경제적 양극화’ 탓이라고 진단하고 그동안 강조해온 ‘먹사니즘’을 넘어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잘사니즘’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이 전 대표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며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K이니셔티브’ 구상도 내세웠다. 그는 "위대한 대한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가 되고 싶다”며 ‘경제성장, 생명 중시, 국익 우선 외교’ 등의 3대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지금은 이재명" 넘어야 할 3대 허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대선 출마 선언을 영상으로 대신한 것은 다른 대선 주자들과 출발부터 다르다는 차별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 장소를 선택해 세를 과시하는 출마 선언은 12·3 비상계엄 이후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대통령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날 영상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현장 등 어두운 장면과 봄을 상징하는 벚꽃을 교차시킨 뒤 카페에서 편안하게 대화하듯 이 전 대표가 자신의 대선 출마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 영상은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문구와 함께 마무리됐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지금’의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할 유일한 적임자가 ‘이재명’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 문구는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 공식 슬로건과 함께 보조 슬로건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 극복의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우며 수권 능력을 강조했지만 앞으로 남은 50여일간 ‘지금은 이재명’을 흔들 수 있는 변수는 여전하다.
①높은 비호감도=부동의 1위인 지지율만큼 높은 비호감도는 이 전 대표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꼽히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2090명에게 웹조사 방식으로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을 물은 결과 이 전 대표는 30%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가장 적합하지 않은 정치인에서도 37%로 1위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에 신뢰 수준 ±2.1%포인트. 응답률 13.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비호감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인식한 이 전 대표 캠프도 이날 영상에서 첫 목표로 ‘경제성장’을 내세워 중도층 공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성장의 방법론으로 ‘먹사니즘’ ‘잘사니즘’으로 대표되는 이 전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과 신속한 정책 추진력을 앞세워 수권 능력을 부각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친기업, 성장 우선 등 우클릭 행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②사법 리스크=사법 리스크도 여전히 이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공직선거법 위반 2심 무죄로 당장의 우려를 덜어냈지만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대선 기간 내내 상대 진영의 공격 빌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대선 당일인 6월 3일 위증교사 항소심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밖에 공직선거법 상고심과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성남 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다른 재판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대선 전 판결이 확정돼 후보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은 없지만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으로 모든 재판을 중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③보수 단일화=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도 대선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보수진영에 최대 20명 넘는 후보가 난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지만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 치러진 조기 대선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 보수정당은 분열하지 않았다.
결국 보수진영이 단일 후보를 확정할 경우 대선은 다시 ‘49 대 51’이라는 진영 간 초접전 대결 양상으로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규정 고려대 연구교수는 “1대1 구도가 될 경우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 선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일찌감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막판 보수단일화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 전 대표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3대 허들 넘어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이 같은 변수에도 이날 이 전 대표의 출마 영상에는 자신감과 소명의식이 가득했다. 출마 선언 영상에서 'K이니셔티브'라는 국가 비전을 앞세워 "대한 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가 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먹고사는 것조차 해결하지 못하던 시대에 김구 선생이 '문화 강국'을 얘기했다"며 "(국민은) K컬처에 더해 촛불혁명, 빛의 혁명을 통해 무혈의 평화혁명으로 현실 권력을 끌어내린, 세계사에 없는 K민주주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런 것을 'K이니셔티브'라고 통칭하고 싶다"며 "규모는 작지만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세계를 여러 영역에서 선도하는 나라를 꼭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국가차원 대대적 투자, 성장 이끌 것"
특히 경제성장에 방점을 뒀다. 그는 "첨단과학기술 투자가 중요한데 과학기술 수준이 너무 높아져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인력 양성, 대대적인 기술, 연구·개발 투자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잘사니즘'을 키워드로 제시한 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고통 없는 삶을 넘어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경제성장에 이은 목표로는 '생명 중시'를 제시했다. 그는 "재난이나 사회적 위기 때 피해를 보는 것은 힘겹고, 못살고, 어려운 사람 순"이라면서 "사회·문화의 수준은 약자들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지원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명·안전을 유지해야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가,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외교 분야와 관련해서는 "한미 동맹도 중요하고 한미일 협력관계도 중요하지만, 일관된 원칙은 '대한민국 국익 최우선'"이라며 "경쟁할 영역은 경쟁하고, 협력할 영역은 협력하고, 갈등의 영역은 잘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이런 목표를 달성할 방법으로 실용주의와 신속성을 꼽았다. 그는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가 아니라 어떤 게 더 유용하고 필요하냐가 최고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발표회를 열고 대선 포부와 함께 구체적인 국가 비전과 선거 캠프 인선 등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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