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17년. 영국 국왕 조지 5세는 반(反)독일 감정이 거세지자 아버지 에드워드 7세부터 사용해온 독일계 왕가 이름을 윈저로 바꾼다. 훗날 엘리자베스 2세로 이어지는 윈저 왕조의 시작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스물다섯 살이던 1952년 아버지 조지 6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라 올해로 68년째다. 영국을 64년 동안 통치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을 뛰어넘는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영국은 왕실의 권위와 전통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영국 왕실은 솔선수범하는 언행으로 국민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영국 왕실의 중심에는 ‘로열베이비’가 있다. 로열베이비는 영국 왕실의 적통으로 왕위를 계승한다. 영국 왕실에 새로운 로열베이비가 태어날 때마다 영국 전역이 들썩이는 이유다. 영국 왕위를 계승하면 약 10억달러에 이르는 왕실 재산을 물려받는다.
현재 왕위 계승 1순위는 찰스 왕세자, 2위는 윌리엄 왕세손이다. 3위는 2013년 태어난 조지 왕자다. 조지 왕자가 태어나던 해 영국에는 로열베이비 열풍이 불었다. 윌리엄 왕세손은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빼닮은 평민 출신 케이트 미들턴과 결혼했다. 로열베이비는 임신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로열베이비의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당시 아동복·유아 용품 등 경제 효과가 8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영국이 다시 로열베이비 열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찰스 왕세자의 둘째인 해리 왕세손의 로열베이비가 이르면 이달 말 태어난다. 해리 왕세손은 지난해 5월 흑백 혼혈의 할리우드 배우이자 이혼녀인 메건 마클과 결혼했다. 세기의 결혼에 이은 로열베이비의 출산이라는 점에서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언론도 연일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열베이비의 이름은 남자일 경우 ‘필립, 아서, 에드워드’, 여자일 경우 ‘다이애나, 빅토리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로열베이비의 왕위 계승 순위는 아버지 해리에 이은 7위다. 비록 순위는 한참 뒤지만 그 의미는 어느 때보다 크다. 영국민들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결합의 결과라는 점에서 환호하고 있다. 로열베이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는 영국인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길 기대한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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