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법조계에 따르면 ICC는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론스타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해 오타 감수 등 마무리 작업을 거쳐 2주 내에 판정문이 소송 당사자들에게 송달된다. 이르면 이달 말 하나금융지주가 최종 판정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은행 부문 강화 위해 최근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고 1조원 가량의 탄환을 준비한 하나금융지주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하나은행 관계자는 “ICC 측이 최종 판정을 내리고 절차에 따라 결정문 송달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론스타가 모든 조건에 합의했는데 뒤늦게 문제를 제기해서 우리가 손해배상을 하게 되면 황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론스타측이 한국 정부와의 ISD에 패소할 경우에 대비해 하나금융에도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이라는 분석이 많다. 매매 시점이 5년이 지난데다 우리 정부와 이미 ISD를 통해 책임 여부를 다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송을 낸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었다. 론스타 측은 “당시 하나금융 관계자가 가격이 높으면 정부 승인을 받는 데 문제가 생긴다는 말을 전해 매각 과정에 상당한 압박이 었었다”며 “한국 정부가 사실상 개입해 승인절차가 지연되면서 제값에 팔지 못해 손해를 봤다”고 문제 삼았다. 반면 하나금융 측은 “당시 협상팀이 론스타 측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해외로 나가려는 모습이 ‘먹튀’라는 국민적 반감이 상당해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분위기를 전해줬을 뿐”이라고 맞섰다.
그동안 론스타가 한국에서 보여준 많은 사태는 우리나라 금융권에 많은 상처를 입혔다. 외환은행을 ‘한입에 삼키기 좋은’ 부실은행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전방위적 로비로 우리 정부 관료가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이 12번이나 청구되는 등 논란이 컸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1조3,800억원에 인수했지만 3조9,00억여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해 2조가 넘는 매각 이익을 챙겼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결국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국민적 반감만 확산시켰다. 이런 탓에 ICC 소송 결과 론스타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향후에 나올 ISD 청구액도 상당 부분 기각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ICC 소송 배상액이 3,000억~5,000억원 사이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ISD 중재인으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한쪽 당사자에 일방적으로 기우는 판정보다는 청구액 일부만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정부의 직간접 개입 정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오지현·이현호기자 ohj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