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시작으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가 형성된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지적하며 남한당국을 25일 비난했다.
북한이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는 것은 대화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가 깨질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의 대남 비난 수위 압박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등을 남한당국으로부터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남조선 당국의 배신적 행위는 북남관계를 더욱 위태로운 국면으로 떠밀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며 북과 남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확약한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 책동을 노골화하는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그 어떤 대응조치를 취하든 남조선당국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며 만일 그에 대해 시비질할 때는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사태가 험악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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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를 살려 나가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시기에 우리를 반대하는 노골적인 배신행위가 북남관계 전반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분별 있게 처신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 공군은 지난 22일부터 2주간 한반도 상공에서 기존 대규모 항공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를 대체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한미는 현 한반도 안보정세를 고려, 규모를 축소해 ‘로키’(low key·절제된 기조)로 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평통은 “조선반도 정세를 고려하여 훈련 규모를 축소하였다고 떠들고 있으나 그러한 상투적인 헛소리로 우리를 안심시키고 내외여론의 비난을 피해 가려 한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이 간판이나 바꾸어 달고 ‘규모 축소’ 흉내를 피우며 아무리 오그랑수(술수)를 부려도 은폐된 적대행위의 침략적이며 공격적인 성격과 대결적 정체를 절대로 가릴 수 없다”면서 “우리는 앞에서는 ‘평화’와 ‘대화’를 운운하고 뒤에서는 여전히 동족을 반대하는 불장난질을 하는 남조선당국의 이중적 행태를 이해할 수 없으며 추태를 예리한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 전 주민이 구독할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조평통 대변인 담화 전문을 공개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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