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맞서 베네수엘라 반정부 세력을 주도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군의 봉기를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강행할 것으로 보여 베네수엘라 사태가 최대 분수령을 맞았다. 과이도 의장의 군사봉기 촉구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반면, 마드로 대통령은 군 장악력에 흔들림이 없다며 “쿠데타 시도가 실패했다”고 밝히는 등 베네수엘라 정국의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전 과이도 국회의장이 수도 카라카스의 카를로타 공군기지 외곽에서 수십 명의 중무장 군인들과 장갑차 몇 대에 둘러싸인 채 찍은 동영상을 공개하며 군의 봉기를 촉구했다. 3분짜리 동영상에서 과이도 의장은 “거리로 나온 군인들이 베네수엘라의 헌법을 수호하고 있다”며 “‘자유 작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국민과 군이 하나가 됐다”고 주장했다.
영상 속 과이도 의장 옆에는 그의 정치적 멘토이자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2014년 억류됐던 활동가 레오폴도 로페즈도 함께했다. 로페즈는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군인들이 자신을 풀어줬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을 주도한 과이도 의장이 군과 함께 정권퇴진 압박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군사봉기를 촉구하는 과이도 의장의 발언은 1일로 예정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그는 마두로 정권 퇴진을 위한 ‘최종 단계’의 하나로 1일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가두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카라카스 거리엔 반정부 시위자들이 쏟아져나오며 마두로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국가수비대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 하는 등 충돌이 격화됐고, 최소 69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들은 과이도와 함께 있는 군인들을 향해 최루탄이 발사됐고, 군부대 인근에서는 총성이 들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영상 공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그들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과의도 의장에 힘을 보탰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트위터에 “마침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 위한 우리 자매국가의 해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이날 쿠바로 망명할 준비를 다 마쳤지만 러시아가 이를 만류했다고 말하며 마두로 정권이 궁지에 몰렸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은 활주로에 비행기까지 대기해둔 상태였다”며 “우리가 이해하는 바로는 그는 오늘 아침 쿠바로 떠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러시아가 그에게 머물라는 뜻을 내비쳤다고”고 주장했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며 군 장악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실제 과의도 의장의 호소에도 아직까지 이에 동조하는 대대적인 군사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두로는 30일 저녁 국영방송에 나와 과이도가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지금으로서는 마두로의 강력한 군 장악력이 흔들린다는 신호는 없다”고 했고, AP통신도 “‘자유 작전’ 반란은 제한적인 군의 지지만 얻은 듯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과이도 의장이 꺼내든 군사 봉기 카드가 ‘대담하면서 위험한 시도’라고 판단했다.
과이도 의장의 희망대로 군부가 군사 봉기에 나서면 정권 퇴진을 앞당기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군부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면 과이도 의장이 체면만 구기면서 정치적 입지만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군사 봉기 시도가 미풍에 그칠 경우 마두로 정권의 과이도 의장 체포를 한층 독려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