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문 총장은 1일 해외 출장 중 기자단에 입장문을 보내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문 총장은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패스트트랙은)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기존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어 검찰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맞고소·고발한 사건들을 같은 날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에 일괄 배당했다.
문 총장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이다. 지난 28일부터 오만·키르기스스탄·에콰도르 대검찰청과 우즈베키스탄 대검찰청·내무부를 순차적으로 방문한 뒤 오는 9일 귀국한다. 국내에 자리를 비운 상태지만 패스트트랙이 검찰의 명운을 흔들 정도로 큰 사안인 만큼 국외에서라도 입장을 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 총장은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해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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