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것보다 이번 ‘동물국회’ 사태로 인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이 규정하고 있는 혐의에 따른 형량은 굉장히 무겁습니다. 이번 일을 흐지부지 넘기게 되면 국회선진화법 자체가 무력화될 것입니다. 검찰은 이번에 ‘일벌백계(一罰百戒)’ 차원에서라도 수사의 강도를 세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
정치권이 최근 선거제도 개편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몸싸움’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강도와 법원의 처벌 수위가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기 전인 과거의 그것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국회 폭력 사태에 대한 처벌 정도가 강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유일하게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전 의원이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심의·처리에 반발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렸다가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2009년 당시 한나라당이 추진했던 미디어법 개정안에 반대해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거칠게 항의하다 물의를 빚었지만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다. 대법원이 확정한 형이 금고에 못 미치는 벌금 30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외에 2008년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국회 기물을 파손했던 당시 문학진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각각 벌금 200만원, 50만원을 선고 받아 의원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기 이전이라 가능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이나 감금 등을 해서는 안되고 그런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서류 등이 손상됐을 시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된다. 벌금 5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5년이 아닌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반면 일반 형법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박탈한다. 피선거권 제한 기간은 금고 형의 집행 기간과 같다.
관건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검찰 수사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수사 수위를 가늠해보기 위해 비춰볼 만한 전례가 없다는 얘기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따라 그 수위가 가변적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현재 검찰은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수사가 본격화하기도 전부터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검경수사권 조정을 추진 중인 여야 4당과 조정에 반대하는 한국당을 중립적으로 겨냥한다손 치더라도 정치적 공방은 일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검찰이 여야 4당을 집중 겨냥하면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한국당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반대로 한국당을 맹공하면 여여 4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검찰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의원만 60여명 이상이 피고발된 자유한국당은 제 1야당으로서의 당력을 총동원해 처벌을 막아내겠다는 방침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1 야당에 대한 고발과 협박을 멈추라”며 “이 얼마나 치졸하고 부끄러운 정치탄압이냐”고 말했다. 이어 “(고발 대상은) 나 하나로 충분하다. 탄압을 하더라도 나를 (대상으로) 하라”고 강조했다. 맞불도 놓았다. 한국당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포함한 16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4일 고발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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