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3년 제임스 먼로 미국 대통령은 의회에 보내는 연두교서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3대 원칙을 천명했다. 골자는 △아메리카대륙은 식민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아메리카와 다른 정치제도를 가진 유럽 국가들이 아메리카에 간섭할 경우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미국도 유럽 열강의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먼로독트린이다. 이는 이후 미국이 국제적인 사안에 개입을 꺼리는 고립주의 외교 노선의 출발점이 됐다. 먼로독트린은 초기에 아메리카 독립국들을 위한 보호장치로 작용했지만 이후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에 친미 정부를 수립하는 근거로도 활용됐다.
사정이 달라진 것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상선 등의 피해가 커지자 미국은 고립주의를 접고 참전한다. 2차 대전 초기에는 유럽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꺼렸지만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미국을 전쟁으로 이끌었다. 2차 대전 후 냉전 시대에는 공산주의 봉쇄정책으로 국제정치 무대에 적극 개입한다.
한동안 잊혀졌던 먼로주의가 최근 다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정정 불안으로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에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부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곳은 우리의 반구(半球)로 러시아가 참견할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메리카의 문제는 스스로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유럽 국가인 러시아는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사실상 먼로독트린의 부활로 해석된다. 먼로독트린을 내세운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사회주의 정권을 몰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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