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문무일 검찰총장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맞대응을 자제해온 민갑룡 경찰청장이 일선 지구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의 뜻에 따라 입법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논란을 키우기보다는 민생 치안 현장을 챙기며 차분하게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민 청장은 10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를 방문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국민이 부여한 권력인 수사권이 국민의 뜻에 따라 행사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도록 하는 관점에서 (수사권 조정이) 논의되고 있다”고 수사권 조정안 문제의 현황을 설명했다.
민 청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 4일 문 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비판하는 등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아울러 이날 지구대 방문은 ‘112신고 출동건수 1위’인 홍익지구대를 찾아 민생을 챙기는 경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검찰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담회가 끝난 후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민 청장은 신중한 태도를 내내 유지했다.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의 반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민 청장은 “검찰 입장에서 의견을 표명한 거라고 본다”며 “국회에서 여러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국민의 뜻에 따라 입법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논의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대통령은 일반적인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당부하신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의 당부를 유념해서 국민을 위해 사명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이날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을 비롯 현직 치안감 등 4명에 대해 불법 정보 수집과 정치 관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과거에도 이런 유사한 경우 있었고 경찰들이 조치 취하는 기준이 있다”면서 “그 기준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이날 홍익지구대에서 이지은 지구대장을 비롯한 대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그는 “전국에서 가장 일이 많고 사연도 많은 홍익지구대 경찰들을 만나니 반갑고 든든하다”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경찰들과 대화를 나눴다. 민 청장은 “시간이 되는 대로 현장에 나와 불철주야 고생하는 동료들을 격려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경찰과 시민은 하나라는 마음가짐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간담회 후 민 청장은 홍익대 주변을 순찰하고 홍익지구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마포평생학습관으로 이동해 최현석 마포경찰서장과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돕는 ‘어머니폴리스’ 등과 함께 치안 협력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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