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창업하고 20년 동안 경쟁하면서 느낀 것은 경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 등 선진 국가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리더 육성에 집중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지식인만을 육성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16일 ‘서울포럼 2019’ 두 번째 세션에서 패널 토론에 참석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자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현재 국내 대학이 기업가 정신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의 사회로 열린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페레츠 라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총장, 찰스 리 미국 잭슨랩유전체의학연구소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황 대표가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대학교육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대학에서 어떻게 기업가 정신 등을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갔다.
라비 총장은 학교에 정식 개설된 강의와 함께 비공식적인 학내 활동이 학생들의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비즈테크’라고 불리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학생 3~4명이 모여 사업계획을 세우고 60개 그룹 정도가 서로 경쟁한다”며 “선별된 그룹은 3개월간 멘토와 함께 훈련을 받게 되고 몇몇 학생들은 실제로 이미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고려대에서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학생들이 성공보다는 실패를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운영 중인 ‘개척마을’은 3개월 동안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로 구현해보는 프로그램”이라며 “졸업한 뒤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학생들도 일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은 실패를 경험해보고 개선책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학에서 기업가 정신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한양대에서 기업과 대학을 연결하는 연구개발(R&D)센터를 여러 개 설립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그중 몇 개나 지속 가능한지 묻는다면 아쉬움이 남는다”며 “센터장이 정년퇴임하면 공간과 장비가 그대로 남아 축적이 이뤄지지 않는데 이를 대학들끼리 공유하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 소장은 연구소 내에서 각 부서의 장벽을 허물고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잭슨랩에서는 다양한 다학제(多學制)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암과 면역학·인간유전체를 함께 연구하도록 놔둔 결과 시간이 걸려도 좋은 혁신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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