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네 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1심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코너에 몰려 있던 이 지사의 정치적 입지가 다소 넓어지게 됐다. 이 지사는 판결 직후 “큰길을 가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대권가도에 녹색등이 켜졌다고 볼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 그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데다 고등법원·대법원이 1심 법원과 다른 판결을 할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친문(친문재인)과 이 지사의 민주당 내 ‘불편한 동거’ 기간만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는 16일 선거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지시’ 사건과 관련해 이 지사의 정당한 업무였다며 직권남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비롯해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등 3개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결심공판에서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지시 사건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3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6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이번 판결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던 이 지사의 정치적 생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리스크가 전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기까지는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이 지사 탈당’ 목소리가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선고 내용에 따라 언제라도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사에 대한) 당 내부의 불만이 겉으로 표출되고 있지 않을 뿐”이라며 “친문과 이 지사를 지지하는 비주류 진영 간의 계파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지사는 무죄를 판결한 법원에 대한 생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것을 확인해준 재판부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며 “도민이 믿고 기다려줬는데 도민의 삶을 개선하는 큰 성과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지지자를 향해서는 “지금까지 먼 길 함께해줘 감사하고 앞으로도 손잡고 큰길로 함께 가기를 기원한다”고 외쳤다.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종열·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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