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은 피톤치드가 나오는 원목 가구를 집에 들이세요”
가구점을 방문하시거나 가구점을 지날 때 이렇게 쓰인 현수막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나무와 가구를 다루는 입장에서 볼 때 이 말은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말입니다.
일단 원목가구가 합판이나 MDF로 만든 가구 보다는 건강에 이롭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원목가구가 다른 소재로 만든 가구보다 건강에 좋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서는 아닙니다. 다른 소재로 만든 가구가 환경호르몬이나 접착제 등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기에 반대급부로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이지 나무 자체에서 사람에 이로운 성분(피톤치드·Phytoncide)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질문해보겠습니다. 현수막에 쓰여있듯 가구에서 피톤치드가 나와서 산림욕장에서 느끼듯이 사람 몸을 이롭게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벌채된, 즉 죽은 나무에서는 피톤치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기 위해 피톤치드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피톤치드는 살균성을 띄는 휘발성 유기물입니다. 쉽게 말해 나무를 해치는 동물이나 해충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발생시키는 항충·항균성 물질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유해균과 유해충을 죽이는 ‘독’에 가깝습니다. 실제 피톤치드의 뜻을 뜯어보면 라틴어로 ‘식물’을 의미하는 ‘phyton’과 ‘죽인다’는 뜻을 가진 ‘cide’의 합성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피톤치드는 나무가 나뭇잎이나 껍질 등을 동물·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일종의 방어 수단입니다. 그렇기에 살균 및 방충 작용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많이 선전하는 것처럼 스트레스 해소나 심폐기능 강화 등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톤치드를 발산하는 나무에서 나는 냄새, 향이 심신을 안정시켜주고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효과는 분명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피톤치드는 모든 나무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히노끼를 비롯한 침엽수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활엽수보다 진화가 덜 된 침엽수의 경우는 나무를 죽이는 해충이나 병충들에 피해를 많이 입기 때문에 기초적인 방어체계인 피톤치드를 더 많이 발생시킵니다.
이런 피톤치드는 흔히 나무에서 나온다고 통칭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나뭇잎에 있는 기공을 통해 공기 중으로 분출됩니다. 목재 자체가 아니라 나뭇잎이라는 거죠. 나뭇잎은 살아있는 나무에만 존재하며 나뭇잎이 달렸다고 해도 나무가 죽어 있으며 피톤치트는 발생하지 못합니다. 발생한다 해도 미약한 수준일 겁니다.
고로 집안에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목재 및 가구를 들였다고 해서 숲 속처럼 피톤치드가 집안에 가득하길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편백나무나 소나무로 집을 지었다고 해서 피톤치트 때문에 썩지 않고 오래가며 사람의 몸에도 직접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이야기도 실은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나무들에게 나는 좋은 ‘향’이 심신을 안정시켜주고 숲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해 스트레스를 이완시켜주는 기능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로마 효과 같은 거죠. 혹자는 이 향 자체가 피톤치드라고 하지만 실제 향을 유발하는 것은 나무의 수지(송진) 성분입니다. 편백 나무나 삼나무는 수지구(송진 구멍)는 없지만 유세포(수지세포)가 있기 때문에 향이 납니다. 목재에서 나오는 향을 넓게 보면 피톤치드의 범주에 넣을 수 도 있겠지만 향 자체를 피톤치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수종은 편백나무, 구상나무, 삼나무, 화백나무, 전나무, 향나무, 소나무, 잣나무 순이며 계절에 따라 지역에 따라 발생되는 피톤치드의 양은 틀려집니다. 그래서 소나무가 피톤치드가 많은가 전나무가 피톤치드가 많은가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 합니다.
침엽수는 척박한 땅에서 자라기 때문에 한정된 양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방어기재로써 피톤치트를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어느 나무건 양분이 좋은 땅에서 잘 자랍니다. 양분이 좋은 땅에 많은 나무가 있을 경우 일부가 다른 나무들에 밀려서 잘 자라지 못할 뿐입니다. 침엽수 계열의 나무들은 햇볕이 생존을 좌우하는 큰 요소이지만 단풍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은 음지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같이 자란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침엽수들은 활엽수에 밀려서 종족유지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침엽수들이 자라는 땅을 살펴보면 다른 나무들은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거나, 혹은 좋은 땅일 지라도 침엽수 계열의 나무들이 피톤치드를 내뿜고 나뭇잎을 떨구어 땅을 덮는 방식으로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나무들은 자라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인 거죠. 피톤치드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 군락지입니다. 이 공간에서 호흡하고 걸으면 피톤치트의 좋은 효과를 누리실 수 있습니다.
피톤치드를 통한 치유와 휴식, 건강상의 이로움을 얻고자 하신다면 좀 더 자연을 가까이 만나러 숲으로 걸어 들어가심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별기고=김종우 죽산목공소 대표
■최정석은
나무를 사랑하는 20년 경력의 가구장이다. 온라인 인테리어 유통기업인 ‘스튜디오삼익’의 대표이사이자 나무 애호가들 사이 명성 높은 ‘죽산목공소’와 ‘우드아카데미’의 마케터,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우드아카데미는 필자가 함께 배우고 강의하는 목재 수업의 이름이자 목재해부학 박사님이신 정연집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러 강사진과 회원들이 배움을 나누는 터이다. 필자는 자신이 배운 지식들을 다시 나눈다는 마음을 담아 칼럼 제목을 ‘우드아카데미’로 지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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