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의 노사 합의에 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의제별 위원회에서 결론을 못 낸 채 상위 기구인 운영위원회로 넘긴 데 이어 운영위에서도 비준 방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본위원회로 논의를 넘기는 상황을 반복했다. 하지만 경사노위 본위원회도 파행 중이라, ILO 협약을 비준하려면 이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정부가 ‘선비준’에 나서든 길게 보고 논의를 지속하든 결정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경사노위 산하 운영위원회는 20일 회의를 열어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의제를 집중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운영위는 비준에 대한 논의를 맡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지난달 19일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논의를 지속하기로 한 바 있다. 운영위는 그간의 논의 결과를 정리해 향후 열릴 본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본위원회에서 보고를 받은 후 국회로 경과를 그대로 넘길지 등을 결정한다는 취지다. 본위원회가 두 달 넘게 열리지도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계층별 위원 3명은 지난 3월 초부터 탄력근로제 개편안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근시일 내 계층별 위원 3명이 본위원회에 복귀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는 계속 난항을 거듭해 왔다. 협상에 진전이 없자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11월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공무원 노조 가입 확대 등 근로자 단결권을 중심으로 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에 경영계도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폐지 등 5개 요구사항을 내걸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결국 공익위원들이 지난달 파업 중 사업장 점거 제한 등 경영계 요구를 일부 수용한 2차 권고안을 냈지만 협상의 진전은 없었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경영계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나 청와대에서 직접 나서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좀 더 차분하게 법안 개정을 논의할지, 혹은 노동계 등에서 주장하는 대로 정부가 비준안에 먼저 서명한 후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킬지를 선택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선비준 후입법’ 주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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