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현장실태 파악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를 맡은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도소매업의 경우 다수 기업에서 고용감소가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소매업에서는 아르바이트생 등 단시간 근로자의 비중을 줄여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근로를 늘린 사례도 있었고 사업주 본인이나 가족노동을 확대하기도 했다. 음식숙박업도 고용을 줄이는 모습이 일부 발견됐으며 사업주 본인이나 가족의 노동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노 교수는 “음식숙박업은 고용이나 근로시간 중 하나는 감소했다”며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아르바이트생을 활용하면서 단시간근로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노 교수는 두 업종 모두 원청업체나 가맹 본사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공유하지 않았고 영세업체일수록 영향이 컸기 때문에 분담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1월부터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공단 내 중소제조업, 자동차부품 제조업 등 4개 업종에서 각 17~29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집단심층면접(FGI) 방식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함께 조사했던 자동차부품업이나 공단 내 중소제조업의 경우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낮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작았고 고용감소도 뚜렷하지 않았다. 제조업 특성상 근로자의 숙련도가 중요해 고용을 줄이기보다 연장근로·휴일근무 등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응했다고 노 교수는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적어도 노동시장에서 임금격차 완화에 일부 기여한 효과는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에 공개된 실태조사 결과는 정부 차원에서 고용에 미친 영향을 처음 공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데 따른 영향은 영세업체일수록 더 크게 받았고, 영세업체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음식숙박업이 상대적으로 고용에 영향을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미 본 게임을 앞둔 기싸움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용역결과가 치열한 논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용진 교수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소매업·음식숙박업 등 취약업종이 여러 가지 이유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소매업에서는 고용을 줄인 기업이 많았고 고용과 근로시간을 동시에 줄이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음식숙박업에서도 고용 감소가 일부 발견됐다. 고용 외에 눈에 띄는 건 근로시간을 줄인 것이다. 음식업과 숙박업 모두 근로시간 조정을 통해 총급여 증가율을 억제한 것이다. 음식숙박업의 경우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를 휴게 시간으로 넣어 근로시간에서 빼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노 교수는 이들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른 영향이 있는 게 아닌가 한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정하게는 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도 국민도 일정하게 인정하고 접근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원청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담을 나누려는 시도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경우 고용보다 초과근로·연장근로 등을 줄여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임금 구조의 개편 등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정 수준 숙련된 근로자가 필요한 데다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노동력을 버리기 쉽지 않은 탓이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 중에는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산입범위에 대해 판결을 내린 후 이미 상여금·수당 등을 기본급으로 전환한 곳도 있었다. 앞으로의 변수로는 임금 수준의 상하 간 격차가 거의 사라지는 임금 압착의 가능성이 지적됐다. 사업주들은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최저임금 인상 폭이 몇 년간 비슷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실증적 통계 분석이 아닌 일부 지역의 소수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면접 형태로 진행됐다 보니 일반적 사례로 적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 등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네 가지 업종별로 조사한 사업체 수는 20개 안팎에 불과하다. 토론자로 나선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과잉해석의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를테면 기간제 근로자 등 용역근로 계약은 대체로 12월에 만료되는데 이렇게 되면 고용 단절의 원인이 계약 만료인지 최저임금 인상인지 모호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까지 고려해야 전체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나온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재직 근로자 임금 격차와 함께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근로자 소득까지 고려한다면 좀 더 포괄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이 적어도 노동시장 내에서는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과 임금 격차를 줄였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고용부의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지니계수를 측정한 결과 전년 대비 0.017 줄어든 0.333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빈부격차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고 간주한다. 중위임금의 3분의2 미만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지난해 6월 기준 19.0%로,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8년 이래 처음으로 20% 밑으로 내려갔다. 최저임금이 오르며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도 올라간 영향이다. 김 팀장은 “시간당 임금과 월평균 임금 증가율은 저임금 쪽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다만 고임금 근로자로 갈수록 임금 증가율은 축소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는 곧 시작할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벌어질 노사 양측의 치열한 논쟁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크다. 이미 노사 양측은 기싸움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이후 근로시간 단축 계약 등 취업규칙 변경, 상여금·수당의 기본급화 등 피해사례를 공개했다. 민주노총은 아울러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생계비 기준을 가구생계비로 바꾸고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는 등의 법제도 개편도 요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30%가량 급상승했다는 점에서 내년에는 사실상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최근 2년간 물가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최저임금의 인상률이 매우 높았던 만큼 올해는 동결 혹은 인상 폭의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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