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짝 60. 내용 좋은 술입니다.”
이 글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실 이 글은 술을 판매한다는 글이 아닙니다. 지난해 고등학교 자퇴생인 17세 청소년이 트위터 계정에 필로폰을 판매하기 위해 올린 글입니다.
청소년들까지 마약을 할 정도로 마약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퍼져버렸습니다.
돌이켜 보면 버닝썬 사건은 현 상황을 사회가 인지하게 된 커다란 계기였습니다. 두 말할 나위 없이 마약에 중독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입니다. 버닝썬 사건에서 보듯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되기도 하죠. 가히 사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약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매우 어렵습니다. 20년 넘게 마약을 하다가 겨우 중독에서 벗어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박영덕 실장은 “한번 중독되면 현실을 구분 못하고 책임감도 없어지고 결국 사회생활을 못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약사범이 감소하고 있다는 건데요. 2018년 한 해 동안 검거된 20대부터 50대까지 마약류사범의 숫자는 2017년보다 줄었습니다.
경찰청이 제공한 ‘마약사범 검거현황’을 볼까요? 20대 마약류사범의 수는 2017년 1,478명에서 지난해 1,392명으로 6% 감소했습니다. 사람에 따라선 크게 줄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도 30대에서는 2,235명에서 1,804명으로 20% 가까이 줄었습니다. 40대에서는 2,340명에서 2,085명으로 10% 넘게 감소했고요. 50대 마약류사범 검거건수도 1,466명에서 1,393명으로 5% 정도 줄었습니다.
문제는 청소년입니다. 지난해 검거된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은 104명으로 전년도 69명과 비교하면 50% 넘게 급증했습니다.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원인은 뭘까요? 바로 SNS를 통해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텔레그램 등 보안이 좋은 SNS 등으로 익명성이 보장되고 언제나 접속할 수 있으니 마약을 구하기가 쉬워진 것이죠.
이 외에도 많은 사람이 겪어봤듯이 또래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청소년의 특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은 “청소년들은 중독성이 강한 필로폰 등 종류별 특성을 정확히 모르고 SNS 등을 통해 마약을 구하기도 한다”며 이를 같은 무리에 속해있는 또래에게 권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영향도 있습니다. 윤홍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연예인들이 마약을 하고 쉽게 나오는 걸 청소년들이 보고 마약을 하게 된다”며 “그런 영향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 직접 마약을 속칭 ‘물’이라고 부르며 판매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자칫 미래의 꿈나무인 청소년들이 마약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마약에 대한 교육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3일 학교보건법에 대한 개정안을 하나 발의했습니다. 김 의원이 발의한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마약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서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이 스스로를 마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학교보건법에서는 “학교의 장은 학생의 신체발달 및 체력증진, 질병의 치료와 예방, 음주·흡연과 약물 오용·남용의 예방, 성교육, 정신건강 증진 등을 위하여 보건 교육을 실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법에 따라 현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술·담배 및 약물에 대한 보건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마약에 대해서는 별도로 교육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김 의원은 “현재 보건교육에 해당하는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은 집중력 향상제 등에 집중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의원은 보건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에 대해 “SNS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등 신종 유통경로를 통해 마약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면서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마약으로부터 쉽게 노출되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마약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죠. 김 의원은 또 “검찰과 경찰, 교육부, 식약처 등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한 범정부적 협력을 강화함은 물론 청소년들이 마약으로부터 노출되는 것을 원천 봉쇄해 사전에 예방하는 취지”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럼 교육에 실효성은 있을까요? 흡연 교육을 해도 흡연하는 청소년은 늘 있는 것처럼요. 김 의원은 이에 대해 “흡연과 같이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지만 최소한의 마약 교육을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