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수시전형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논술고사 지원 전략을 본격화할 시점이 다가왔다. 정부의 단계적 폐지 유도 정책에 따라 대입 수시에서 논술 모집 인원이 줄고 있지만 수능과 내신으로 상위권 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생 입장에서 논술은 여전히 중요한 전형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인문계·자연계 출제 경향이 다른 만큼 분야별로 준비를 달리하는 것은 물론 6월까지 진행되는 모의논술 고사에 지원하는 등 대학별 선행 학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30일 입시전문기관 유웨이에 따르면 2020학년도 올해 대학입시 논술 전형 선발 인원은 지난해보다 1,164명 감소한 1만2,146명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대학 입시 논술전형 폐지 유도에 따라 수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019학년도 대학입시 당시 5%에서 4.5%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1만명이 넘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고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들 입장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통과하면 논술로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전형이라는 평가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논술은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충족시키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매우 매력적인 전형”이라며 “학생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상위권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인문계와 자연계의 출제 경향 차이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같은 논술 시험이지만 시험 방식에 차이가 있고 결과적으로 출제자가 원하는 답안도 다르기 때문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인문 논술은 주요 평가 항목이 제시문의 이해 및 분석력, 논리적 서술 능력, 창의적 사고력”이라며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요구에 따라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연계 논술은 글의 논리력도 중요하지만 해당 교과목에 대한 사전 지식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오 이사는 “자연계 논술은 수학·과학 문제를 주관식 서술형으로 푼다고 생각하고 풀이 과정을 작성하면 된다”며 “답안 도출 과정에서 기술, 정확한 계산, 단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계와 인문계의 논술 전형에 부분적 차이가 있는 만큼 수험생 입장에서 시험에 대비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 이사는 “인문 논술은 논제를 요약하고 주어진 주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원고지 작성법,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의 정확성, 분량 등 글의 형식적 요건들을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연계 논술의 경우 수능을 준비하면서 배운 기존의 과학 지식을 글에 녹여 내는 게 중요하다. 오 이사는 “답안 도출 과정에서 과학적 용어와 개념을 사용해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며 “수학 논술은 문항 수 및 난이도에 따라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시간 안배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논술 고사의 경우 6월까지 대학별 모의 평가를 치르기 때문에 특정 학교에 지원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 본 시험에 앞서 모의논술에 지원할 필요도 있다. 실제 연세대·동국대·건국대·중앙대 등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을 비롯해 다수의 대학들이 6월 중순까지 모의논술 시험 접수를 받고 있다. 하반기 해당 대학 논술시험을 치를 예정인 학생들은 모의고사를 통해 예상 논제를 확인할 수 있고 대학별로 첨삭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소장은 “선착순으로 일부 학생에게 첨삭도 해주는 등 혜택이 크기 때문에 논술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반드시 챙겨야 할 일정이 모의 논술 일정”이라며 “대학마다 접수 및 실시 방법이 상이하므로 반드시 해당 대학에 문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술 전형을 통해 대학보다 특정 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이라면 논술고사 일정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수능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논술 시험 일정에서 날짜와 시간을 잘 맞추면 두 대학에 동시에 응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논술고사를 수능 후 치르는 대학보다 수능 전 치르는 대학의 경쟁률이 낮은 편”이라며 “수능 최저기준 높낮이나 대학별 고사의 난이도, 그리고 고사 일정이 수능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경쟁률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원 전 일정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