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최우수선수(MVP)와 2년 연속 올스타 유격수가 빠져도 팀 승리를 이끈다.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마운드 위 에이스를 넘어 다저스의 리더로 자리 잡고 있다.
3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뉴욕 메츠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는 좀 묘하게 돌아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2017 NLCS MVP 저스틴 터너와 2017년까지 2년 연속 올스타로 뽑혔던 코리 시거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5월 타율 0.341의 터너는 전날 가벼운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시거에게는 휴식을 줬다. 하필 류현진 등판 경기라 국내 팬들의 아쉬움이 컸다.
실제로 다저스는 1회 장타 2개와 볼넷 2개로 1점밖에 뽑지 못했고 그 1점이 류현진 강판 때까지 유지됐다. 5대8로 다 진 경기를 9회 4득점으로 이겼던 전날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류현진도 초반 직구가 다소 가볍고 체인지업도 잘 듣지 않았다. 1회 첫 타자와 8구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이날도 류현진은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갔고 경기 MVP에 뽑혔다. 개인적으로 데뷔 첫 이달의 투수상을 예약했으며 팀은 38승19패로 승수가 패배의 딱 2배가 됐다. 류현진은 메츠전 7⅔이닝 동안 106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했다. 다저스의 2대0 승리 속에 류현진은 시즌 8승(1패)째로 내셔널리그 다승 단독 선두가 됐다. 피츠버그전부터 6연승을 달렸고 평균자책점도 1.65에서 1.48로 더 낮췄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유일한 1점대다. 개막 11경기 연속으로 2자책점 이하로 막은 투수는 2010년 우발도 히메네스(당시 콜로라도) 이후 9년 만이다.
히메네스는 당시 초반 기세를 이어 그해 4·5월 이달의 투수상을 받았고 올스타전에 선발 등판했으며 19승, 평균자책 2.88로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류현진도 할 수 있다. 일단 1998년 7월 박찬호(은퇴) 이후 한국인 두 번째 이달의 투수상은 예약했다. 당시 박찬호는 한 달간 4승, 평균자책 1.05를 기록했는데 류현진은 5월 6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 0.59를 찍었다. 45⅔이닝 동안 볼넷을 3개만 내주며 3실점으로 막았다. 내셔널리그 5월 최다승에 평균자책도 1위다. 6월 초 메이저리그 사무국 발표를 기다리면 된다. 올 시즌 11경기밖에 안 나갔는데 벌써 8승을 챙겨 꿈의 20승도 더는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류현진은 1회 무뎠던 체인지업을 2회에 곧바로 가다듬어 위기상황에서 요긴하게 써먹었다. 1사 1·2루에서 아데이니 에체베리아를 체인지업으로 내야 뜬공 처리했고 토머스 니도 역시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가장 큰 위기는 7회였다. 19홈런의 대형 신인 피트 알론소에게 2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후속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올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을 0.048(42타수 2안타)까지 낮췄다.
미키 캘러웨이 메츠 감독은 “모두가 그저 앉아서 감상해야 했다. 마치 투구 레슨을 보는 것 같았다”고 류현진의 투구를 극찬했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이 자신 있었고 제구도 잘 돼 그 공을 많이 던졌다. 어떤 상황에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월의 기록적인 호투에 대해서는 “굉장하게 던지기는 한 것 같다”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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