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콘텐츠 시장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의 아내 미셸 여사가 자주 등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제작사들이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세계적 팬덤을 확보한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설립한 프로덕션 컴퍼니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음악 스트리밍(온라인 재생) 업체 스포티파이와 독점적인 팟캐스트 시리즈를 제작하는 다년간의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 팟캐스트는 2억1,700만 명의 활성 이용자를 가진 스포티파이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계약에 따라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엄선된 팟캐스트를 개발·제작하고 여기에 목소리로 출연한다.
하이어 그라운드와 스포티파이는 구체적 제작 시기와 주제 등을 추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미 CNN방송은 이르면 내년 초 첫 팟캐스트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팟캐스트가 “생산적인 대화를 육성하고 사람들이 미소 짓거나 생각하도록 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며 “또 바라건대 우리 모두를 좀 더 가까이 모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월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계약을 맺고 다년간 이들이 제작한 영화, TV쇼,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1억2,500만여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넷플릭스와의 계약과 관련해 “공직 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기쁨 중 하나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수많은 매력적인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이 더 많은 이들과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며 “미셸과 내가 넷플릭스와 협력하게 된 데 흥분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밝혔다. 미셸 여사도 “넷플릭스의 비교 불가한 서비스는 우리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과 잘 들어맞는다. 흥미롭고 새로운 파트너십의 시작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제작할 7가지 주제의 콘텐츠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노예해방론자였던 프레더릭 더글라스의 전기, 제2차 세계대전 후 뉴욕 패션을 다룬 드라마, 어린이 음식과 관련한 콘텐츠 등이 포함됐다.
지난 2016년 미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최근 그의 딸 첼시와 함께 프로덕션 컴퍼니를 설립하고 영화·TV 등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 모녀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콘텐츠 유통 라인에 재원을 대는 문제를 논의했다. 모녀는 사회와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히 여성이 만들고, 여성을 다룬 이야기들에 집중할 계획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해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여성의 투표권 쟁취 과정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 ‘더 우먼스 아워’(The Woman‘s Hour)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미디어 시장에 부는 ‘오바마 바람’은 콘텐츠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포티파이의 경우 기존 음악 스트리밍에서 팟캐스트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백악관에서 물러난 후에도 여전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2월 2억3,000만달러에 팟캐스트 제작사인 짐렛미디어를 인수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포티파이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협업과 관련해 “주요 스트리밍 업체들은 광고에 의존하던 기존 모델에서 소비자들이 콘텐츠 구입에 돈을 지불하는 팟캐스트 제작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운 오스트로프 스포티파이 최고콘텐츠책임자는 성명에서 “오바마 부부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목소리”라면서 “그들과 일하는 것은 전세계 청취자들을 일깨울 수 있는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도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이야기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리지널(단독) 콘텐츠 생산에 주력하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협업한 드라마·영화라는 수식어가 상당한 홍보 효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콘텐츠최고책임자는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그들(오바마 부부)이 엄청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발휘할 플랫폼으로 넷플릭스를 선택한 데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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