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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4차산업혁명 낙오 안되려면 교육과정·콘텐츠 혁신부터 서둘러야"

■이남식 국제미래학회장

전공 상관없이 AI 활용할줄 알고

창의·문제해결·협업능력 향상 중요

MOOC·PBL 등 과감하게 도입

기존 교과 外 프로젝트 중심 교육

교사, 학생 자기주도학습 가이드役

교원양성·훈련시스템 개선도 필요

4차 산업혁명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모든 분야에서 삶의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학습방식과 커리큘럼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남식 국제미래학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서 난파되지 않으려면 교육개혁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형주기자






“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에 도입돼 디지털 기반의 의사결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낙오하지 않으려면 학생은 스스로 공부하고 교사나 교수는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남식(64·사진) 국제미래학회장(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 교수)은 교육현장은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고 정치화돼 있어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급변하는 시대를 선도해나가기 위해서는 교육에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시제도나 학제 개편보다는 교육과정과 콘텐츠, 교육환경, 교원양성 시스템의 변화를 주문했다. 기본적인 교과목 외에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현 정부 들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개혁이 늦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롬 글렌과 티머시 맥, 짐 데이터, 호세 코르데이로, 피터 비숍 등 세계적인 미래학자들과 함께 미래예측·변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미래 사회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우리 교육이 어떻게 대비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들어봤다.

-AI가 급속히 발전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 전이(digital transformation)가 전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모든 산업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AI를 이용해 유의미한 패턴을 찾아내고 학습하며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data driven decision making)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모든 분야에서 AI를 이용해 보다 높은 생산성을 가져오는 혁신이 진행 중이다.

-주입식 암기 위주의 교육 등 우리 교육의 현실은 어떤지.

△과거의 모든 교육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의 교육은 경쟁력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3년 주기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피사)에서 우리 학생들이 매번 상위권에 들어간다. 교육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암기가 전혀 필요 없어지거나 교육의 기초가 크게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 스스로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체화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목표가 아닌가 싶다. 특히 AI와 같은 것은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므로 전공에 관계없이 도구로써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만 미래에 잡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AI는 소위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인텔리전스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경쟁보다 협력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데.

△미래의 교육에 대해서는 거의 컨센서스가 이뤄져 있다고 본다. 창의성·문제해결능력·소통능력과 협업능력인데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교과목 이외에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풀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협력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미래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해 교육에서 무엇부터 바꿔나가야 할지.

△교육이라는 게 간단하지 않다. 학생, 학부모, 교사, 관련 기관 등 이해당사자가 굉장히 많고 정치화돼 있어 뭐 하나 바꾸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콘텐츠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새 커리큘럼(교육과정)과 콘텐츠가 필요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교사·시설 환경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교사도 환경도 다 그대로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를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교사와 교수의 역할부터 바꿔야 한다. 새로운 분야의 내용은 무크(MOOC)와 같은 전문가 동영상 강의로 전달하고 교사는 가이드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문제 해결 중심의 PBL(Problem-Based Learning)이라든지,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을 수업에 꼭 집어넣어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협업도 하는 게 필요하다. 또 창의성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문화를 빌드업 해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전체의 뜻으로 만드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교육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게 만들고 사회에 나왔을 때도 그런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가는 게 맞다. 교사와 교수 양성 체계도 그런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창의성 높고 협력을 유도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교육방식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냈다는데.

△급격한 기술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수요에 대응하려는 대안교육 기관들이 선진국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존의 교육의 틀(커리큘럼·수업방식·교육인증 등)에서 벗어난 실용 위주의 교육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캠퍼스가 없는 미네르바스쿨,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프랑스 에콜42,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플랫아이언스쿨, 구글 대학과 같은 것들이다. 여기에서는 선생님들이 직접 가르치지 않고 학생들이 잘하고 못한 것을 비평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역할만 한다. 졸업 논문 대신 작품을 직접 기획·설계·제작하는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교육 과정인 캡스톤디자인도 도입해볼 만하다.

-일본은 2013년에 스위스에서 개발, 운영하는 서술형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제도를 공교육에 도입했다는데.

△IB는 스위스의 비영리 교육재단 IBO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념이해와 탐구학습 활동을 통해 학생이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당초 해외 근무 외교관이나 기업인 자녀들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세계 어느 대학에서든 인정받는 과정을 만들고자 개발됐다.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대학 입학자격을 부여한다. 현재 세계 153개국 약 5,288개교에서 IB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제·외국인학교 등 11개 학교가 IB를 도입했다. 제주교육청은 올해 말까지 한 고등학교에서, 대구교육청은 수년 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학입시라는 평가 때문에 초중고 교육현장이 바뀌는 게 쉽지 않다. 일본은 IB를 확대하면서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센터시험’도 폐지한다는데.



△교육에 관한 모든 문제는 ‘기승전 입시’로 연결되다 보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개혁에도 결국 입시가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경쟁이라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입시 자체를 없앨 수도, 교육을 안 할 수도 없다. 학생을 줄 세우지 않기 위해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는 “우리가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평가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가가 문제라는 얘기다. 우리는 오랫동안 수능이 아닌 정규 교과과정 중심의 개선 노력을 해왔다. 수시모집의 학생부전형이라든지, 면접 등도 그런 필요성에 따라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토론을 보니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려달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스카이캐슬’이 생기게 되고 수능 점수를 높이기 위해 사교육 시장이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무크가 많이 활용되고 있나.

△학교에서 무크를 많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의 칸아카데미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칸아카데미는 전 세계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 동영상을 36개 언어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인도는 영어를 쓰다 보니 무크 교육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실리콘밸리의 최고경영자(CEO) 중에 인도 사람이 많은 것도 그런 영향이 있다.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LMS)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쉽게 강의 내용도 올리고 과제물도 올리고 과제평가도 할 수 있고 토론도 할 수 있고 학생끼리 토론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능이 다 들어가 있으면서 웹이나 모바일에서도 쓸 수 있는 것들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LMS를 많이 쓰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식 교육이 가능해진다. 부족한 역량은 계속 반복해서 실력이 될 때까지 진도가 안 나간다.

-창의력 증진을 위해 학제를 6-6-3에서 5-5-2로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학제를 바꾸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학제보다는 교육콘텐츠와 교육방법 개선이 더 시급하다. 학제에 따라 교사의 수요와 공급에 불일치가 생기고 수학 연한이 줄어들 경우 대학 진학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학생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인성(character)·실력(competence)·소명의식(commitment)을 함양해야 한다. 언어적인 능력과 소통 능력,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 설득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다음에는 컴퓨테이션을 해야 하고 수리적인 능력을 균형적으로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위치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소명의식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초중고와 관련된 교육부의 기능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고 10년 단위 중장기 교육정책을 입안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초중등교육은 의무교육으로 국비가 투입되는데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미 교육에 대한 지방분권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데 기능을 넘길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관장해야 할 민주시민 양성교육에 지역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5년 단임제 정권하에서 10년 단위 중장기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옥상옥이며 대표성을 갖춘 위원을 선임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육의 정치화가 우려된다.

-고령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데 평생교육은 보완할 게 없는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생산연령인구가 급감해 학생 취업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랜셋이란 세계적 의학잡지 논문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 OECD 국가 중 한국의 평균수명이 가장 길어져 남녀 모두 95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은퇴 후 30년이나 되는 기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제조업은 스마트팩토리가 들어서면서 일자리가 줄어든다. 결국 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를 소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은퇴자를 위한 파트타임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 파트타임 일자리를 분배나 최저임금 차원에서 동등하게 받게 하면 안 된다. 평생교육도 그런 측면과 연계돼야 한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이남식 국제미래학회장. /성형주기자


He is…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KAIST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한성대 산업시스템공학부 교수와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학장, 9~11대 전주대 총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계원예술대 총장을 거쳐 현재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 교수로 있다. 2011년 5월부터는 제롬 글렌과 티머시 맥, 짐 데이터 등 세계적인 미래학자들과 함께 미래를 연구해온 국제미래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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