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른바 ‘원전반대그룹’이 한국 정부 기관을 해킹해 확보한 문서를 공개했다. 중국이 북한 지역을 중국·러시아·미국·한국 4개국이 분할 점령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가장 넓은 함경남도·자강도·양강도·평안북도를, 러시아는 함경북도, 미국은 북한 지역의 강원도, 한국은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를 통제하되 평양은 4개국 공동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면 남북한 주민들의 뜻은 무시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제멋대로 선을 그어 완충지대를 두자고 흥정거리로 내놓은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급변 사태를 대비해 ‘병아리계획(小鷄計劃)’도 세워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사시 중국 인민해방군이 압록강을 넘어 남포~원산을 잇는 대동강 이북 지역을 점령해 북한의 치안을 유지하면서 중국으로의 대량 탈북을 막고 북한 내 중국인들의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어미 닭이 새끼를 지키듯이 북한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북한에 친중(親中) 정권을 세우려는 음모일 것이다. 중국은 2010년 북중 국경의 경비를 인민무장경찰 대신 인민해방군에 맡기고 북한에 신속히 개입할 수 있도록 북부전구 소속 쾌속반응군이 포함된 정예 제39합성집단군을 전진 배치했다. 중국이 북한과 한반도에 대해 야욕을 보이는 것은 미국 견제 등 엄청난 안보 이익을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동해 항구를 통해 만주 지역 개발의 활로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은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은 국제법적으로 독립된 국가 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붕괴 위기에 처하더라도 북한이 요구하거나 유엔의 승인 없이 군대를 보낼 수 없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맺은 동맹조약을 핑계로 곧바로 군사개입을 할 수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북한 정권이 무너질 경우 당연히 한국 주도로 통일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중국이 고도성장으로 이룩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법을 무시하며 인접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방위로 힘자랑을 해대고 있다. 남중국해의 90%가량에 구단선을 그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서해에서도 국제법상의 중간선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동경 124도 선을 설정해 우리 해군에 넘어오지 말라고 위협하고 있다. 홍콩 반환 당시 최소 50년은 현상 유지를 약속해놓고도 홍콩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억누른 데 이어 걸핏하면 대만도 점령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대형 철골구조물을 무단으로 설치하고 이를 점검하려던 우리 해양조사선을 위협했다. 2001년 발효한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이곳에서는 항행과 어업을 제외한 행위가 금지돼 있는데도 지난해 4월에 이어 구조물을 또 설치했다. 중국은 이곳에 12기의 구조물을 추가로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단순한 ‘어업 보조 시설’이라고 주장하지만 남중국해에서 인공 섬을 군사기지로 전환했던 전례를 볼 때 실질 지배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농후하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불법 구조물의 즉각 철거를 요구해야 한다. 또 중국의 불법 행태를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고 미국 등 우방국들과 공조해 압박을 가해야 한다.
강대국들은 끊임없이 경쟁해왔고 그 사이에 끼인 약소국은 강대국 간 경쟁의 희생물이 돼왔다. 우크라이나도 강대국들의 안전 보장 약속을 믿고 2000여 개의 핵무기를 포기했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일부 영토를 빼앗기고 미국으로부터 ‘카드도 없지 않나’라는 지적과 함께 휴전을 강요당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중국은 고구려는 물론 부여·발해·백제의 역사까지 중국에 편입하는 ‘동북공정’을 지속하고 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려면 가치를 공유하는 초강대국과의 강력한 동맹을 토대로 우리를 건드리는 나라는 반드시 응징당한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자주국방력을 키워야 한다. ‘고슴도치 전략’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통일, 중국의 탐욕 공세에 대비하려면 최소한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 확보가 절실하다. 우방을 상대로 국방력 증대를 압박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기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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