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찾는 관광객 10명 중 9명은 개별관광객이다. 이들은 공항을 나서자마자 렌터카 주차장으로 달려간다. 곳곳에 산재한 제주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한 이동 수단으로 렌터카만큼 편리한 것이 없다. 관광객이 늘면서 제주 렌터카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전에 없던 호시절을 누렸다. 지난 2010년 62곳이던 렌터카 업체가 지난해 129곳으로 배로 늘었고 운행 대수도 같은 기간 1만3,912대에서 3만2,612대로 증가했다.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려는 관광객들이 여전히 ‘애정’하지만 제주 렌터카는 요즘 들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날로 악화하는 교통체증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감차 요구를 받고 있다.
제주도는 유입 인구와 입도 관광객이 늘면서 자동차 등록대수도 급증해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다. 2008년 21만대 수준이던 도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55만대로 늘었다. 제주는 인구당 보유 대수(0.577대)와 세대당 보유 대수(1.334대) 모두 전국 1위다. 제주도가 연구용역을 한 결과 이대로 계속 차량이 증가하면 2017년 시속 26.6㎞이던 평균 통행 속도가 오는 2025년 11.8㎞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차량 증가로 교통난이 심화하자 제주도가 칼을 빼 들었다. 1차 타깃은 렌터카다. 적정 렌터카 수가 2만5,000대 수준이라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감차에 나섰다. 지난해 3월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렌터카 수급조절 권한을 이양받은 도는 내년 9월20일까지 렌터카 신규 등록 및 증차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렌터카 업체들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수급조절에 나섰다.
‘렌터카 총량제’를 통해 이달까지 7,000대를 줄인다는 계획은 대기업 계열 업체들의 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나 제동이 걸린 상태다. 자율 감차가 지지부진하자 도는 지난달 29일부터 자율 감차를 하지 않은 차량에 대해 운행제한을 하고 감차를 하지 않은 업체의 렌터카 운행이 적발될 경우 건당 1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시행하지 못했다. 롯데·SK·AJ·한진·해피네트웍스 등 5개 대기업 계열 렌터카 업체들이 감차 정책이 영업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법원에 ‘차량 운행제한 공고 처분 등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들 대기업 계열 업체가 보유한 렌터카는 모두 6,085대로 전체의 약 18.7%를 차지한다.
렌터카 총량제 외에도 제주도는 차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차고지 증명제를 다음달부터 시행한다. 도내 모든 지역에서 저소득층이 소유한 1톤 이하 화물자동차를 제외한 전기자동차를 포함해 중·대형 신차를 구입하거나 이사할 경우 반드시 차고지를 확보해야 한다. 거주지에 차고지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직선거리 1㎞ 이내에 주차장을 임대해야 한다. 자기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사지 말고 이사도 하지 말라는 얘기다. 도민들의 반발이 불 보듯 하지만 도는 공영주차장 확대 등을 통해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제주=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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