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하루 앞둔 26일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는 높은 수준의 대미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북미 유화 분위기 속에 갑작스럽게 나온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대해 북미 대화 재개가 임박한 징후라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미국과의 실무협상에 앞서 대미 비난 수위를 높여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북한의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하여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막후에서 주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대변인은 “폼페이오의 말대로 현재 미국의 제재가 우리 경제의 80% 이상에 미치고 있다면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미국의 목표인가”라며 “이것은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에서 채택된 조미공동성명에 대한 정면도전이며 대조선 적대행위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3일 대이란 추가 제재와 관련해 ‘현재 북한 경제의 80% 이상이 제재를 받고 있고 이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한 부분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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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우리 국가는 미국의 제재에 굴복할 나라가 아니며 미국이 치고 싶으면 치고 말고 싶으면 마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누구든 우리의 자주권, 생존권을 짓밟으려 든다면 우리는 자위를 위한 실력행사의 방아쇠를 주저 없이 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친서외교 재개로 북미 유화 분위기가 형성되는 시점에 나온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김동엽 극동대 교수는 “미국의 조치에 대한 북한의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고 한 발 더 나가면 한마디로 미국에 말로만 떠들고 대화하려면 뭐라도 행동으로 보이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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