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진행한 여성 당원 행사에서 일부 참가자가 무대 위에서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보이는 춤을 춰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는 26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전국 여성 당원 1,600여명이 참석한 ‘2019 우먼 페스타’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성 당원들 간의 결속력을 다지고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행사 2부에서 열린 14개 시도당별 장기자랑 대결에서 무대에 오른 경남도당 여성 참석자들 중 일부가 춤을 추다가 뒤로 돌아 바지를 절반 정도 내리는 퍼포먼스를 하며 논란을 빚었다. 이들은 ‘한국당 승리’를 붉은색으로 한 글자씩 쓴 흰색 속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는 장기자랑을 모두 관람한 뒤 “오늘 한 것을 잊어버리지 말고 좀 더 연습을 계속해서 정말 멋진 한국당 공연단을 만들어 달라”며 “전 이걸 보면서 한국당의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사 내용이 알려지자 당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지는 중이다. 여성을 위한 자리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행동을 해 행사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여성을 위한다며 만든 자리에서 여성을 희화화했다”며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이를 보며 손뼉을 치던 당 대표의 경악스러운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존중 없는 여성 페스티벌”이라며 “여성중심 정당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도구로 당의 승리만을 목표로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안에서는 3당 원내대표 합의문 부결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밖에서는 그토록 즐거운가”라며 “선별적 국회 등원이라는 초유의 민망함을 감수하면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싸우고 있는데 밖에서는 ‘철 좀 들어라’라는 비판을 받는 퍼포먼스를 벌여야 했나”라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이어 “일반 국민들의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끼리 모여 춤춘다고 여성 친화형 정당이 된다고 생각하나”라며 “제가 왜 내일 또 피 마르는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의 최선봉에 서야 하는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적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행사를 주최한 송희경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행사는 여성 당원들에게 정치교육을 하고 여성 인재 영입방안·청년 및 여성정당으로의 혁신 방안 등에 대해 토론을 하는 자리로, 언론 보도된 퍼포먼스는 이후 시도별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 행동이며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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