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성(사진) 신시컴퍼니 대표가 제작하는 작품은 모두 기본기에 충실하다. 연극과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확실하게 재현한다. 언어와 몸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배우들만이 그의 작품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안무가 거의 없는 뮤지컬, 몸을 잘 쓰지 못하는 배우가 나오는 연극이란 박 대표의 사전에 없다. 이는 박 대표가 무용과 연극을 정통으로 배웠다는 게 한몫했다. 그가 각 장르에 딱 맞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기도 하고 필연이기도 하다. 연극과 입시에서 실패하고 재수해 서울예대 한국무용과에 들어간 것이 그 시작이다.
“원래는 연극을 하고 싶었어요. 재수를 하고 나니 연극과에 넣으면 또 떨어질 것 같아 한국무용과에 지원했어요. 남자니까 들어가기 수월하지 않을까 해서요.”(웃음)
박 대표답게 솔직한 자기 고백이다. 그는 “당시에는 연극을 하든 무엇을 하든 무용은 필수였다”며 “지난 1980년대 초 극단에서는 펜싱까지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등 고전을 주로 공연했기 때문에 멋진 배우가 되려면 무용은 물론 펜싱 등 몸을 쓰는 법을 배워야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한국무용의 대가 고(故) 최현의 제자이다. 그는 “당시 계속 무용을 할까도 고민했었다”며 “남자 무용수는 밥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지방자치단체에 한국무용단이 거의 다 있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무용·연극 등을 두루 거친 그의 경력은 신시만의 작품 색깔을 만들어낸다. 요즘에는 캐스팅에 치중해 안무가 거의 없는 뮤지컬이나 발성·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은 배우가 무대에 서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신시 작품에서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신시 뮤지컬은 섬세하고 역동적인 안무가 돋보이며 연극에서도 배우들이 나무토막처럼 서 있지 않는다. “우리나라 창작극을 보면 춤 따로, 안무 따로인 경우가 있다. 작품에 녹아 행간의 여백을 리드하는 게 안무의 역할이다. 세련된 안무는 뮤지컬에서 필수다. 지금 세계 무대에서는 이처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섬세하고 세련된 안무와 움직임이 살아 있는 작품이 트렌드다.”
과거 연극은 우리 시대를 직시하는 중요한 장르였다. 연극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게 연극인들의 사명감이자 책무였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대부터 ‘연극쟁이’로 살아온 박 대표는 바로 이 같은 연극정신·예술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는 “저희 작품을 보고 난 후 관객들이 쾌감을 느끼고 뭔가 해답을 찾아가기 바란다”며 “이게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극 ‘레드’를 보고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님께서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중에서도 연극을 하는 사람은 왜 연극을 하는가’라는 세 문장의 문자를 보내셨다”며 “제게는 숙제와도 같은 말인데 관객들도 한두 가지 이상의 숙제를 안고 객석을 떠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예술가에 이르는 길은 늘 숙제와도 같다는 것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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