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로 유명한 이모(65) 목사 부부가 피후견 장애인 등 가족들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 수급하고 후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영리단체(임의단체) 주사랑공동체 이사장인 이모 목사는 지난 5월20일 소득 신고 의무를 위반하고 부당하게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6,800만원을 환수당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 금천구청이 정기 감사를 벌여 이 목사와 부인의 소득 누락 사실을 발견하고 2017년 1월1일부터 지난 4월30일까지 부정 수급한 기초생활비를 환수했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부에 따르면 금천구청은 추가 조사를 통해 이 목사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부정 수급한 기초생활수급비 1억4,100만원도 추가 환수하겠다고 지난 5월23일 통보했다.
이 목사의 추가 부정 수급 사실은 주사랑공동체의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공익신고가 발단이 됐다. 금천구청은 공익신고 등을 바탕으로 서울 금천경찰서에 주사랑공동체의 부정 수급 등 혐의 관련 고발장을 지난 5월 접수했다. 금천서 관계자는 “고발인 조사는 마쳤고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이모·정모 씨 부부 기초생활수급비 부정 수급 및 장애인 수급비 횡령 의심 등 신고’ 자료에 따르면 이 목사는 매월 본인의 급여 400만원을 누락하고 부인 급여 290만원만 소득으로 신고해 부부 및 자녀 12명의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유지해왔다. 자료에는 이 목사가 매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사례비 명목으로 300만원, 주사랑공동체에서 이사장 활동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았지만 해당 소득을 숨겼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올해 기준으로 12인 가구의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수급자(기준중위소득 30% 이하) 자격 조건은 월 소득 343만2,469원 이하다.
이 목사 부부는 횡령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3월 주사랑공동체에서 진행된 이사회 회의록에서 이사 B씨는 “6명 동거인에 대한 수급비가 2017년 가을까지 사모님 이름으로 들어와 사모님이 별도로 쓰셨다는 말이 있다”며 “6명은 물론 모든 아이들의 식생활, 양육, 치료에 드는 돈들을 후원금으로 100% 처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목사님은 부정 수급에 해당하고 사모님은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주사랑공동체 핵심관계자인 A씨는 “지난 3월 진행된 이사회에서 해당 문제를 지적했더니 이 목사는 후원금을 쓴 것은 맞지만 아이들을 위해 쓴 일이니 횡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허윤기 H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유기 아동 및 장애아 보호를 목적으로 모금된 후원금을 그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면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의 사적 유용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장애인생활공동체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이 배치된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본 업무인 장애인 돌보기가 아닌 이 목사 부부 사택에서 가사를 돌보거나 딸의 자녀를 돌보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이 목사 부부가 설립정신을 버리고 공익을 내세워 사익을 취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학대이자 수많은 후원자들의 선한 뜻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미혼모와 장애인을 앞세워 사회복지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신고 이유를 밝혔다.
주사랑공동체측은 부정 수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횡령 등 추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 목사는 “부정 수급은 복지법을 잘 몰라 실수했다”며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겠다”고 말했다. 다만 후원금 횡령 의혹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목사는 “장애인 가족을 위한 헌금도 있고 베이비박스를 위한 헌금도 있다”면서도 “(본인 가정이) 장애인가족 공동체인데 아이들 시설과 치료 등을 하는데 쓴 것이라 횡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의 사적 유용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정부에서 지정한 장애인 돌봄 시간 외에 자발적으로 우리 가정을 위해 봉사해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1월 조직된 임의단체인 주사랑공동체는 이 목사가 1999년 2월에 설립한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시작됐다. 교회에서 담당하던 사회복지 관련 사업 규모가 커지고 외부 기부금이 급증하자 이를 관리하기 위해 별도 단체를 만든 것이다. 주사랑공동체는 장애인거주시설인 장애인생활공동체와 ‘베이비박스’로 알려진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를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주사랑공동체의 자산 규모는 현재 78억원 가량이다. 지난 2월 열린 주사랑공동체 제4차 정기총회 자료집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으로 유형자산 총액은 44억4,833만5,400원이다. 이는 장애인생활공동체 건물(22억1,905만원)과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 건물(1억6,500만원), 장애인관련시설 예정부지인 경기 고양시 일산 소재 대지(20억642만원) 감정평가액을 합친 금액이다. 이들 단체의 예금 자산 합계는 34억원에 달한다. 자산 규모는 매년 급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집에 따르면 2018년 한 해만 하더라도 주사랑공동체 결산 수입은 46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거둬들인 후원금 19억2,334만원과 이월금 26억879만원, 정부지원금은 6,320만원 등을 합한 금액이다. 반면 결산 지출은 11억원으로 2018년 한해만 하더라도 35억원 가량이 남는 셈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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