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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만만찮은 회사, 만만한 사람들

최인아책방의 대표 최인아는 광고계를 떠나며 한 인터뷰에서 “만만한 사람이 되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편하고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는 게 중요해요”라고 했다. 치열한 정글에서는 하이에나가 돼야 할 것 같은데, 오랜 직장생활 끝에 남긴 그의 말이 내겐 의외였다. 간혹 고독하게 일하는 사람을 본다. 나름 승승장구, 초고속 승진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와 일하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과연 이 사람은 오래갈 수 있을까? 업무 외적인 대화라곤 결코 나눌 수 없는 상대와 과연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을까? 그 앞에서는 어떤 말을 해도 칼바람만 부는데? (엄지혜, ‘태도의 말들’, 2019년 유유출판사 펴냄)





가난과 고통 속에서 예술혼을 내뿜는 창작자의 이미지만큼이나 사회에 뿌리내린 고정관념 중 하나가 성공하는 직장인과 기업인의 상이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열정, 압도적인 성과와 실력으로 무장한 천하무적 인재상.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을 얻고 일이 굴러가게 하는 이는 매사에 대쪽 같고 칼 같기만 한 사람보다는 적당한 빈틈도 있고 유연한 사람이다. 주중에 직장인들은 눈떠 있는 동안 가족보다 직장동료·상사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한 사무실을 쓰는 사람끼리는 서로의 한숨 소리와 기침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전화기 내려놓는 소리만 들어도 컨디션과 상태가 느껴지고 전염된다. 만만하게 말 걸고 피식 웃음 터지는 농담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전쟁통 같은 매일의 업무 속에서도 편안하고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엄지혜 작가는 온라인서점에서 일하며 다방면의 작가들을 만나고 인터뷰해왔다. 이 책에서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에게 들은 ‘태도의 말들’ 가운데 참기름을 내듯 가장 잊지 못할 엑기스를 담았다. 업무적으로는 만만치 않게 일하되, 동료에게는 만만한 사람이 돼준다는 것. 최인아 대표가 들려준 ‘태도의 말’에 나는 밑줄을 그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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