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고통 속에서 예술혼을 내뿜는 창작자의 이미지만큼이나 사회에 뿌리내린 고정관념 중 하나가 성공하는 직장인과 기업인의 상이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열정, 압도적인 성과와 실력으로 무장한 천하무적 인재상.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을 얻고 일이 굴러가게 하는 이는 매사에 대쪽 같고 칼 같기만 한 사람보다는 적당한 빈틈도 있고 유연한 사람이다. 주중에 직장인들은 눈떠 있는 동안 가족보다 직장동료·상사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한 사무실을 쓰는 사람끼리는 서로의 한숨 소리와 기침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전화기 내려놓는 소리만 들어도 컨디션과 상태가 느껴지고 전염된다. 만만하게 말 걸고 피식 웃음 터지는 농담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전쟁통 같은 매일의 업무 속에서도 편안하고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엄지혜 작가는 온라인서점에서 일하며 다방면의 작가들을 만나고 인터뷰해왔다. 이 책에서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에게 들은 ‘태도의 말들’ 가운데 참기름을 내듯 가장 잊지 못할 엑기스를 담았다. 업무적으로는 만만치 않게 일하되, 동료에게는 만만한 사람이 돼준다는 것. 최인아 대표가 들려준 ‘태도의 말’에 나는 밑줄을 그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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