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가 낳은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혼외자라는 이유로 직업이 공증인인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지 못한 울분이다. 500년 전 이탈리아에서는 공증인이 사회적으로 우월한 직업이었다. 공증인은 상속 등 가족 간의 결정이나 상거래상의 약속 등에서 생겨날 분쟁을 문서로 기록하고 보증하니, 분쟁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했다. 기록을 적어둘 종이도 귀했고, 복잡한 계산은 물론 사칙연산도 아무나 할 수 없던 시절이라 더욱 그랬다.
당시 동방무역으로 부를 축적하던 이탈리아 상인들은 언제 어디서 도적이나 해적을 만날 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금을 갖고 다니는 게 무척 부담스러웠다. 현금 없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 ‘환어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코(Banco)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생겨났다. 이것이 은행의 효시가 됐다. 상거래가 활발할수록 반코의 수수료 사업은 더 큰 이익을 챙겼다. 거래의 규모가 커지고 거래의 수가 많아지니 기록은 필수였으며 그 기록을 다른 지점에 전달할 수도 있어야 했다. 장부를 기입하기 위한 ‘부기’ 기술이 탄생했다. 이처럼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과 각종 예술·과학기술의 원천 뿐 아니라 은행과 부기 등 금융과 회계의 기초도 만들어졌다.
신간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는 공인회계사이자 회계·재무·경영 분야의 명강사로 알려진 저자가 회계와 금융 비즈니스의 역사를 흥미진진한 이야기처럼 풀어놓은 책이다.
19세기 증기기관차의 발명은 산업의 판도를 바꿔 많은 돈이 필요하게 했다. 투자자를 모아 이익을 내고 이를 분배하는 배당 형태로 경영이 바뀌게 된 이유다. 투자자들에게 전후 사정, 수익배분의 배경을 설명해야 했으니 그 자료 격으로 손익계산서가 등장했다. 이윤을 평준화하고 안정적으로 배당하려고 하다보니 ‘감가상각’이라는 회계 규칙이 생겨났다. 이로써 회계는 경영자 자신을 위한 경리 업무의 영역에서 빠져나와 주주인 타인을 위한 자료 공개의 역할로 바뀌게 된다.
저자는 20세기 후 주목할 만한 역사적 변화로 레코딩의 발명이 만들어 낸 저작권 개념을 꼽았다. 과거의 결과만을 보여주는 회계에서 벗어나 미래 가치에 투자하도록 돕는 투자은행, 펀드 등 새로운 파이낸스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1만6,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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