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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미드소마'] 밤보다 무서운 낮...공포로 물든 축제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파고 들어

초자연적 현상 없이 두려움 유발

'유전' 애스터 감독 두번째 공포물

영화 ‘미드소마’ 스틸컷.




편집증이 있는 여주인공 대니(플로렌스 퓨 분)는 정신안정제에 의지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와 헤어지고 싶어 하는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잭 레이너 분)은 함께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스웨덴 교환학생 펠레와 스웨덴 시골 마을 호르가에서 열리는 축제 ‘미드소마’에 참여해 휴가를 보내기로 한다. 사고로 가족을 잃고 증상이 심해진 대니는 여행에 동참한다. 도착한 마을은 백야가 한창이다. 하얀 옷을 입고 맞아주는 마을 사람들과 그 뒤로 펼쳐진 꽃밭은 대니의 아픔을 잊게 해줄 것만 같다. 하지만 안식을 줄 것 같았던 축제는 서서히 둘의 균열을 파고든다.

공포영화 ‘미드소마’는 가족을 잃은 한 여성이 마을 공동체라는 새로운 가족에 편입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관계를 결단하지 못하는 크리스티안과 대안을 찾지 못하는 대니의 관계는 여정이 길어질수록 위태로워진다. 남자친구 대신 펠레가 대니의 생일을 챙기는 동안 크리스티안은 마을 처녀 마야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호르가에서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의식은 마을을 낯설게 만들지만 두 사람의 불안한 심리 사이로 깊게 스며든 축제는 각자의 이유로 마을을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두며 여행을 파국으로 끌고 간다.

영화 ‘미드소마’ 스틸컷.


영화는 2017년 ‘유전’을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의 두 번째 장편 공포영화다. 전작에서 어두운 분위기와 초자연적 현상으로 공포심을 자극했다면 이번에는 눈 부신 태양 아래서 펼쳐지는 주술 의식과 환각을 일으키는 음식, 신비로운 룬 문자 등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로 대신했다. 영화 속에서 사용된 여러 장치는 이치를 벗어나는 현상 없이도 마을을 찾아온 여행객들에게 낯선 공포를 유발한다.

덕분에 영화는 기존 공포영화와 달리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90년에 한 번 찾아오는 낮이 가장 긴 날을 중심으로 9일간 벌어지는 축제는 마을의 목가적인 환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배경을 선사한다. 하지만 대니와 크리스티안을 갈라놓을 ‘사랑의 묘약’ 제작 방법이 그려진 천을 보여주거나, 마을 주민들이 즐겁게 추는 춤 이름이 ‘광대 가죽 벗기기’인 것처럼 영화 곳곳에는 앞으로 벌어질 비극에 대한 암시가 숨어있다. 영화는 계단을 오르듯 단계를 밟아가며 주인공 일행을 분리한다. 완성된 결말은 이야기 속 제시된 복선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추리하는 재미를 준다.



영화 ‘미드소마’ 스틸컷.


아리 애스터 감독은 한국영화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년간 대단한 한국영화들이 많았다. 이창동, 봉준호 등 한국 감독들이 보여주는 이질적인 것의 조화를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영화 제작에 참고했다고 밝힌 10편의 작품 중에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는 결말을 짓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과거 2016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최고의 공포영화로 꼽기도 한 그가 11일 오컬트 장르에 목말랐던 국내 관객들에게 가장 밝은 공포를 선사한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

영화 ‘미드소마’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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