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김성준(55) 전 앵커를 징계 없이 퇴사시킨 SBS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는 가운데 SBS 제작 프로그램의 여성혐오(여혐) 자막이 잇달아 도마에 위에 오르고 있다.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지난 8일 불법촬영으로 인한 성폭력범죄 처벌특별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SBS 메인뉴스인 ‘8뉴스’ 앵커와 보도본부장을 역임한 김성준 전 SBS 앵커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김 씨는 지난 3일 지하철역 안에서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하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튿날인 9일 한국여성민우회는 “SBS는 소속 언론인 성폭력 사건에 조직적 책임을 다하라”며 연대성명을 발표했다. 성명문에서 연대 단체들은 “SBS가 김성준 전 앵커의 흔적을 지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김성준의 사직서 수리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그간 성희롱 성폭력을 용인하거나 침묵해왔던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준 앵커의 불법촬영에 따른 후폭풍이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에서 과거 SBS 방송 프로그램의 여성 비하 자막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SBS 영화 정보 프로그램 ‘접속! 무비월드’ 코너 ‘이 영화 제목이 뭐지?’에서는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나왔다. 제작진은 이 장면에 “몰카 아니라 셀카라니 이 정도 미션이면 생큐”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해당 방송 캡처본은 10일 소셜미디어에 뒤늦게 공유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본방을 보고 기함했다” “생각 없이 자막 넣는 거 아닌가”, “제작진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은 과거 한 출연진이 대왕조개 손질 후 실망을 하는 장면에 “된장녀 말고 된장조개”라는 자막을 내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조개 장면에 된장녀 자막은 붙인 건 명백한 여혐 자막”,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놀랍지도 않다”, “이러니 김성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질타했다.
한편 SBS 측은 8일 오후 ‘8뉴스’를 통해 “SBS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김성준 전 SBS 논설위원의 사표를 오늘 수리했습니다. SBS는 구성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지적한 ‘징계 없는 사표 수리’ 비판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황민아 인턴기자 noma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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