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부대 내에서 거동수상자를 발견하고도 체포하지 못했다. 게다가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병사에게 거짓 자백까지 제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군의 경계망을 뚫고 강원도 삼척항으로 진입한 ‘북한 목선’ 사태가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서해안에서 해이해진 군 기강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터져 이에 대한 파상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과 해군에 따르면 지난 4일 평택에 위치한 해군 제2함대 사령부 무기고 인근에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거동수상자가 근무 중인 경계병에게 발견됐다. 당시 병사 2명이 신분을 확인하고자 세 차례에 걸쳐 암구호를 시도했으나 거동수상자는 응하지 않고 도로를 따라 도주했다. 해군은 부대 방호태세 1급을 발령하고 기동타격대·5분대기조 등을 투입해 수색을 실시했으나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 게다가 사건 조사 과정에서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하는 영관급 장교가 부대원에게 허위 진술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병사는 조사 당시 거동수상자가 본인이라고 진술했으나 헌병 수사 과정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 내에 침입한 거동수상자 체포에 실패한 데 이어 거짓 진술 제의까지, 해군 내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해군이 해당 내용을 군 수장인 합참의장에게 보고하지 않은데다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자체 결론을 내려 보고나 조사 자체가 애초부터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목선 사태가 발생한 지 3주도 지나지 않아 군은 경계작전의 실패는 물론 보고체계의 문제까지 드러냈다”며 “사건 은폐를 위해 힘없는 병사에게 거짓을 강요하고 진실을 조작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허위 진술한) 병사와의 접촉마저 막고 있다”며 “무슨 근거로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초 신고한 초병의 증언과 주변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외부로부터 침투한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는 것이 해군이 내린 판단이다. 현재로서는 부대원 소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아직 거수자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데다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자체 결론을 내렸고 △수색 중 부대 골프장 입구 아파트 울타리 아래에서 ‘오리발’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만 해군은 의문의 오리발이 발견된 데 대해 “개인용 레저 장비로 체력단련장 관리원 소유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막연한 안보, 막연한 평화에 대한 환상이 우리 군 기강을 무너뜨린 단면을 보여준 만큼 국가 안보와 관련된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군이 철저한 조사와 적절한 처분 조치를 약속하기는 했으나 이미 연이은 사태로 군 기강 해이는 물론 안보 불안까지 초래해 대대적인 국정조사가 절실하다는 것이 김 의원 측의 주장이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에 대해 “영관 장교가 부하 직원이 고생할까 봐 가짜 자수를 시키는 엉터리 같은 짓을 하다가 발각됐다”며 “참 못난 사람”이라고 질책했다. 아울러 그 문제는 엄중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안현덕·송종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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