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박인비(32·KB금융그룹)는 지난 201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 시즌 6승, 2015년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 석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등으로 커리어의 정점을 경신해왔다. 올림픽 금메달 이후로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향하며 골프장 밖에서도 행복을 찾는 법에 관심을 쏟아왔다. 이 때문에 서서히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박인비의 말은 달랐다.
박인비는 오는 25일 에비앙 챔피언십부터 그다음 주 브리티시 여자오픈까지 2개 연속 메이저대회 일정을 앞두고 최근 일시 귀국했다. 16일 골프용품 브랜드 젝시오가 경기 용인의 한 자동차 전시장에서 진행한 행사에 참석한 그는 “‘2개 대회 중 아무 데서나 1개만 터져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웃었다. 2013~2016년 때의 승리욕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박인비는 “전반기에 우승은 없었지만 퍼트가 조금만 받쳐주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할 정도로 잘 끌고 왔다”며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 지도 꽤 됐고 지금부터는 내가 원하는 골프를 과감하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힘줘 말했다. 내년에도 20개 넘는 대회에 출전하며 ‘라이프’보다 ‘워크’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3월 LPGA 투어 통산 19승 달성 이후 승수를 보태지 못하고 있지만 이달 초 아칸소 챔피언십 공동 2위 등 두 차례 준우승으로 세계랭킹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통산 상금 1,500만달러도 돌파했다. 다가올 메이저 우승으로 20승을 채우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올림픽 2연패와 통산 상금 1위(현재 1위는 2,250만달러의 안니카 소렌스탐)에 대한 의욕도 밝혔다.
신기의 퍼트가 트레이드마크인 박인비는 요즘 2m 퍼트가 최대 고민이다. “라운드당 퍼트가 28~29개만 됐다면 우승할 수 있었던 대회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특히 2m 정도의 짧은 퍼트 때 거리감이 안 맞거나 스트로크 세기가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2m 퍼트를 그전보다 많이 남긴다는 것은 그만큼 샷이 정교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가끔은 그전에 비정상적으로 너무 (퍼트를) 잘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올 시즌 퍼터를 세 차례 교체하기도 한 박인비는 “시즌 초보다 일관성이 많이 생겼다. 점점 안정감을 찾고 있다”는 말로 메이저 8승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유럽 2연전에 대한 준비의 의미도 있다. “미국에서 바로 유럽으로 이동했을 때 시차 때문에 고생하고는 했다. 서쪽으로의 이동이 시차 적응하는 데 훨씬 편하기 때문에 한국에 머물렀다가 가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인비는 21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으로 출국한다.
/용인=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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