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택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팔라초(palazzo)는 궁궐을 뜻하는 영어단어 팰리스(palace)와 어원이 같다. 로마 시대의 팔라초는 성(城)에 가까운 공공건물이었지만 15세기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는 부유층의 저택으로 통했다. 벼락부자가 된 신흥 거상 가문이 팔라초를 갖게 되면서 이곳에 상인들이 드나들었고 대부업이 시작됐다. ‘우아한 팔라초에서 금융업이 시작됐다’고 말하는 이유다.
은행 못지 않게 ‘일상’ 공간인 카페도 200년 전에는 부유층의 ‘특권’ 같은 곳이었다. 프랑스의 궁정요리 문화가 외부로 퍼져나온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은 오늘날 우리의 평범하다 싶은 일상이 17세기에는 영국의 젠트리, 프랑스의 부르주아 같은 부유층이 향유하던 문화라는 점을 ‘건축’을 통해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등의 스테디셀러를 쓴 건축칼럼니스트로, 이번에는 ‘부르주아를 탄생시킨 8가지 건축’을 주제로 잡았다. 아파트와 타운하우스, 은행, 클럽과 커피하우스, 레스토랑, 극장, 대학, 철도, 국립묘지 등의 건축과 시설이 ‘계급’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놀랍고 그 문화가 대중화되는 과정은 더욱 흥미롭다. 1만6,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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