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이불(61·사진)이 세계 최정상 갤러리 하우저앤워스(Hauser&Wirth) 전속작가가 됐다.
하우저앤워스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 기반 갤러리 BB&M과 협력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 이불 작가의 공동 전속 갤러리가 된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의 갤러리로 손꼽히는 하우저앤워스가 한국 작가를 전속으로 받아들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불은 하우저앤워스 합류를 공식 발표하듯 오는 27일 개막하는 아트바젤 홍콩에서 조각 ‘무제(Anagram Leather #11 T.O.T.)’(2003/2018)와 두 폭 회화 신작 ‘Perdu CCIX’(2025)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우저앤워스의 마크 파요(Marc Payot) 대표는 “이불 작가는 자타공인, 당대 가장 뛰어난 한국 아티스트”라며 “개념적 엄격함과 물질성에 대한 미묘한 접근 방식이 깊고 심오한 휴머니즘으로써 결합되어 작품이 탄생하고, 발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매번 새롭고 흥미로운 길이 열린다”고 소개했다. 파요 대표에 따르면 이불 작가는 하우저앤워스에 합류하며 “또다른 전속작가 필리다 발로우(Phyllida Barlow)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고 한다.
이불은 한국의 갤러리 BB&M 전속인 동시에 뉴욕 기반의 리만머핀(Lehmann Maupin),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한 글로벌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과 오랜 기간 전속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하우저앤워스와의 전속발표는 세계적 위상의 작가가 한층 더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불 작가는 지난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미술관의 대로변 벽면 프로젝트인 ‘니치(niche)’ 조각을 제작했다.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이불, 롱테일 헤일로(The Genesis Facade Commission: Lee Bul, Long Tail Halo)'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신작들은 지난해 9월 공개돼 오는 6월 10일까지 전시된다.
이어 9월에는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과 홍콩 M+가 공동 기획한 대규모 순회 전시가 예정돼 있다. 이불 개인전은 9월4일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해 내년 1월4일까지 열리고, 3월부터 M+로 이어진 후 주요 해외 기관으로 순회할 계획이다.
이불은 지난 40여년 간조각, 설치, 퍼포먼스, 회화를 아우르며 전방위로 활동했다. 1990년대에 유토피아적 이상, 기술 변화, 나약한 인간의 야망을 다룬 도발적이고 장르를 뛰어넘는 예술로 국제적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사회적 규범에 대항하는 작가의 초창기 퍼포먼스와 소프트 조각은 종종 사이보그 형상을 통해 포스트휴머니즘과 젠더 정치에 대한 고찰을 다뤘다. 작가는 철학, 문학, 실험적 건축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아 최근작에서는 기계와 유기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체, 건축 구조물, 표면을 거울로 장식한 대규모 몰입형 설치물 등 확장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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