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수들이 모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부적합(비공인) 드라이버’ 논란으로 시끄럽다. 규정에 어긋난 드라이버로 경고를 받은 선수는 ‘나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폭로했고 한 선수는 “이참에 우승자 등 톱5 선수들의 드라이버를 대회마다 검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지난 25일 골프닷컴과 인터뷰에서 “매 대회 우승자를 포함해 톱5에 든 선수들은 의무적으로 클럽 테스트를 받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용품 계약사에서 드라이버를 지급 받을 때 규정을 벗어난 제품이라는 것을 알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우승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조치보다는 나스카나 포뮬러원 등 자동차경주처럼 그때까지 쌓은 페덱스컵 포인트의 반을 뺏어가는 방법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덱스컵 포인트는 매 대회 성적을 누적한 시즌 포인트다. 플레이오프 진출과 다음 시즌 출전권 확보의 기준이 된다.
디섐보는 PGA 투어 5승을 거둔 선수다. 모든 아이언 길이를 똑같이 맞춰 쓰면서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슬로 플레이에 따른 비판에 적극적으로 항변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디섐보는 구질과 스핀 등을 분석하는 첨단기기를 늘 가지고 다니면서 클럽 스펙과 성능을 수시로 시험한다.
부적합 드라이버 논란은 지난 22일 끝난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오픈(디오픈)을 계기로 뜨거워졌다. 디오픈 주최 측인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대회 전 무작위로 30명을 뽑아 드라이버를 검사했고 그 결과 잰더 쇼플리(미국)에게 그의 드라이버가 부적합하다고 통보했다. 쇼플리는 지난해 디오픈과 올해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한 선수다.
적합성 검사는 헤드 페이스의 반발계수(COR·Coefficient of Restitution) 측정으로 이뤄진다. 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메탈 우드의 COR을 1998년부터 최대 0.830으로 제한해왔다. 어떤 드라이버도 이 수치를 넘으면 안 된다. 그보다 높으면 스프링 효과를 내는 부적합 클럽으로 보고 사용을 금한다. 쇼플리의 드라이버는 0.830을 미세하게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랴부랴 대체 드라이버로 대회에 나선 쇼플리는 R&A로부터 부적합 통보를 받은 사실을 2라운드 경기 뒤 언론에 알렸다. 그는 “동료선수로부터 ‘사기꾼(cheater)’이라고 비난 받았다. 농담조였다고 해도 200명 앞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기분 좋을 리 없다”며 “R&A는 비밀에 부칠 내용을 새어나가게 놔둬 내 이미지를 망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용품사 두 곳의 드라이버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R&A는 쇼플리의 말대로 부적합 드라이버가 더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쇼플리는 “조사 대상 30명 외에 다른 선수들도 부적합 드라이버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PGA 투어 9승의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24일 선수들에게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뜻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드라이버는 많이 쓰면 쓸수록 닳는 과정에서 반발 관련 수치가 높아지기도 한다”며 “결국 용품사들이 선수용 드라이버의 반발계수 등을 수시로 확인해주는 게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6일 멤피스의 TPC사우스윈드(파70)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 쇼플리는 1언더파 공동 24위로 출발했다. 욘 람(스페인)이 8언더파로 2위와 3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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