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개헌세력에 속하지 않았던 리버럴(혁신)계 정당인 국민민주당이 개헌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히며 의회 내 개헌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21일 참의원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2 의석 확보에 실패한 아베 신조 총리가 새로운 개헌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25일 밤 문화인방송국 인터넷방송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우리도 개헌 논의는 진행하겠다. 아베 총리와 부딪치겠다”고 말했다. 다마키 대표는 이튿날 의회에서도 기자들에게 “조속히 당내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호헌(개헌 반대)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민민주당이 개헌 세력으로 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와 부딪치겠다’고는 했지만 ‘다시 태어났다’는 발언이 개헌에 우호적으로 정책이 변화했음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예상대로 국민민주당이 개헌 찬성으로 돌아서면 참의원에서 개헌 세력으로 분류되는 정당 의석수는 개헌 발의선을 넘어서게 된다. 개헌 발의에는 참의원 245석 중 3분의2 이상인 164석 이상이 요구된다. 현재 개헌 세력은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 보수 정당인 일본 유신회 등을 포함해 160석으로 발의선에서 4석이 부족하다. 만약 참의원에서 24석을 보유한 국민민주당이 개헌 발의에 참여하면 개헌 세력의 의석수는 3분의2를 여유 있게 넘어선다.
이전부터 일본 정계에서는 국민민주당이 참의원에서 일본 유신회와 통일회파(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정권의 “개헌 세력 ‘3분의2 의석’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야권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국민민주당이 전통적 호헌 세력인 민주당에서 떨어져나온 정당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개헌 세력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적지 않은 내홍이 예상된다. 또 개헌 세력으로 분류된 의원들 중 적지 않은 인사들이 실제로는 개헌 추진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개헌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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