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커졌다. 조현병 범죄 같은 정신질환 범행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의 정신질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병세 악화와 이에 따른 사회 범죄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증세를 조기에 발견해 적시성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할 학교 현장에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 시스템이 부재한 탓이다.
28일 서울경제가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최근 4년간 청소년(만18세 이하) 정신질환 관련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청소년은 전년보다 7.7%(1만2,535명) 증가한 17만3,07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만명 가운데 약 2,000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4년래 가장 급격한 상승폭이다. 청소년의 정신질환 수가 급증하면서 같은 기간 치료에 쓰인 진료비도 대폭 늘었다. 2015년 8,918만원이었던 진료비는 지난해 1억 2,001만원으로 3년 만에 35%가 껑충 뛰었다.
주요 정신질환 중에 우울증 증가세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우울증 청소년은 전년 대비 48.3%(9,592명) 높아져 2만9,419명에 달했다. 2016년과 2017년의 증가율이 11.8%와 13.7%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이렇듯 청소년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아이들이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일선 학교가 실효성 있는 예방·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19조의2에 따르면 학교별로 전문상담교사가 배치하고 정신질환 등의 이유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현장에서 조기 발견해 적응을 돕고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선 상담인력이 크게 부족한 탓에 실효성 있는 예방 관리가 어려운 악순환이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초·중·고교를 통틀어 전문상담 인력(전문상담교사·전문상담사) 1명이 무려 1,034명의 학생을 담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각급 학교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 경우 상담 인력 1명이 2,232명을, 중·고등학교의 경우 각각 528명과 957명을 담당하는데 그치고 있다. 서미 한국청소년복지상담개발원 상담역량개발본부장은 “18세 이하 청소년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정서행동특성검사를 받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주변에서 꾸준히 돌봐줄 전문상담 인력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점점 더 위태로워지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챙겨줄 충분한 전문인력이 부족한데도 교육당국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