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평화의 소녀상’ 작품이 출품되자 전시회 측에 공문을 보내 철거하라고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주독 일본대사관은 베를린의 여성 예술가 전시관인 ‘게독(GEDOK)’에서 지난 2일 시작된 ‘토이스 아 어스(TOYS ARE US)’라는 전시회에 소녀상이 출품된 사실을 알고 지난 1일 공문을 보내 “위안부 문제는 이미 한국과 최종 합의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전시된 소녀상은 일본 최대 국제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소녀상처럼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작품이다.
일본 대사관은 공문을 통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위안부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 기구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조성하는데 협력한 사실도 강조했다. 특히 일본과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2015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했다고 주장하며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한 것은 2015년 양국 합의의 관점에서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썼다.
여기다 “국제사회는 주의 깊게 한국의 합의 이행을 기다리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합의를 이행하도록 계속 요구할 것”이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마치 한국 정부가 합의를 깨는 잘못된 행동을 했으며 국제사회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한 것이다.
일본대사관은 소녀상 철거 협조에 관한 공문을 보내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내용까지 포함된 문서를 첨부했다.
또 일본은 독일에서 소녀상의 건립·전시에 대해 전시관에 직접 항의할 뿐만 아니라 전시관에 예산을 지원하는 지방정부 등을 대상으로도 압박을 해왔다. 또 일본 측은 앞서 지난 6월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독일 교회의 날’ 기념 전시회에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소녀상 작품이 전시된 데 대해서도 철거 요청을 했다고 전시 관계자들이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를 개막 사흘 만인 3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강제 중단하는 결정을 내려 세계 예술계의 비판을 받고도 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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