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벤허’가 2017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돌아왔다. 초연 당시 1880년 발표된 미국 소설을 창작 뮤지컬로 만든다는데 대해 우려가 적지 않았다. 종교적 색채가 짙은 데다 조그만 무대에서 로마 시대의 웅장한 모습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리자 “성경을 바탕으로 한 미국 소설을 완성도 높은 한국 창작 뮤지컬로 탄생시킨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재연 공연에서는 더욱 화려해진 무대와 장엄하고 서정적인 음악에다 화려한 캐스팅을 내세우며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지상, 카이, 민우혁, 박은태 등 뮤지컬 톱 배우들은 2030 세대를 사로잡고 있고 영화 ‘벤허’에 대한 향수는 40대 이상을 공연장으로 부르고 있다.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벤허’ 예매자는 20대(34.2%)와 30대(33.9%)가 가장 많지만 40대 이상도 25%를 넘었다.
‘벤허’는 루 월러스의 소설이 원작으로 유다 벤허의 고난, 역경, 사랑, 헌신 등을 통해 삶의 숭고함, 인간 구원과 용서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배경은 서기 26년 제정 로마의 박해에 신음하던 예루살렘. 작품은 유대의 귀족 벤허가 로마 장교가 돼 돌아온 친구 메셀라와의 재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반가운 것도 잠시뿐이었다. 메셀라는 유대의 폭도 소탕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벤허가 거절하자 반역죄를 씌워 몰락시킨다. 로마 군함의 노를 젓는 노예로 전락했던 벤허가 우여곡절 끝에 귀환하면서 두 사람은 전차경주장에서 운명의 결투를 벌인다.
최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관람한 재연 무대에서 ‘벤허’는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로마 시대와 방대한 서사를 무대라는 제한적인 공간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영화 ‘벤허’와 ‘글래디에이터’ 등을 통해 검투사들의 대결, 해상전투, 전차 경주 등에 익숙한 관객들의 눈높이에 부족함이 없었다. 원형경기장과 해상 신 등 무대에서 재현할 수 없는 장면은 전면을 꽉 채운 영상으로 해결했다. 전차 경주 신에 등장하는 8마리의 말 영상도 ‘실사 영화’를 보는 듯 박진감이 넘쳤다.
무대라는 제한적인 공간은 오히려 벤허와 메셀라간의 우정과 갈등을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넘버(뮤지컬 음악)들은 성경이 낯선 관객들이 스토리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스펙터클한 이야기들의 연결 브리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새로 추가된 넘버인 벤허가 부르는 ‘살아야 해’는 벤허의 드라마틱한 삶의 역정과 격정적인 감정의 변화를 완벽하게 담아내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벤허 역의 한지상, 메셀라 역의 문종원, 에스더 역의 린아, 퀀터스 역의 이병준, 마리암 역의 임선애, 빌라도 역의 이정수 등의 열연도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극의 하이라이트인 검투신과 전차신에서 한지상과 문종원은 잘 조화되며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냈다. 한지상은 고난을 이겨낸 인간 벤허를 절제된 연기와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린아는 ‘카타콤의 빛’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색으로 열창해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임선애는 아들 벤허에 대한 그리움과 모성애를 ‘기도’를 통해 절절하게 표현했다. 또 드라마 등을 통해 대중과도 친숙한 이병준 역시 존재감을 드러냈고, 타락하고 속물근성이 다분한 유대로마의 총독 빌라도 역을 맡은 이정수 역시 코믹한 장면을 다수 만들어 내 객석에 웃음을 자아냈다. 10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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