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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전미총기협회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가 맞붙은 2000년 미국 대선. 전미총기협회(NRA)는 공화당에 무려 1,100만달러의 정치자금을 전달한다. 당시 NRA 회장은 영화 벤허·십계 등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유명 배우 찰턴 헤스턴. 헤스턴은 같은 해 열린 NRA 연례총회 연설 도중 소총을 머리 위로 들며 “내가 죽기 전에는 총을 빼앗을 수 없다”고 외쳐 논란을 빚었다. 총기 소유를 찬성하는 보수층은 열렬히 환호했지만 반대편의 비난 역시 거셌다.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끝없이 벌어진다. 총기는 미국인이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적인 총기 난사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총기 소유 논쟁의 중심에는 총기 소유자와 관련 사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NRA가 있다.

1871년 설립된 NRA는 현재 전국적으로 5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거느린 미국 최대 로비단체로 성장했다.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뿌리며 선거 때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광고와 정치자금 등으로 매년 2억달러가 넘는 예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소유에 대한 정치인의 성향으로 등급을 분류해 당선과 낙선 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화당원을 중심으로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NRA 회원이다.



NRA가 처음부터 총기 규제에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설립 당시에는 ‘총기 안전교육, 사격 훈련, 사격을 통한 여가 활용’이란 모토가 보여주듯 사격 훈련을 목표한 단체였다. 총기 소유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사용은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NRA가 총기 소유를 주장하는 로비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70년대 중후반부터다.

최근 텍사스·오하이오주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잇따르면서 미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총기 소유 및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NRA도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말로는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애꿎은 비디오게임만 비난하며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이번에는 총기 규제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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