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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현장에서] 한국의 노래 '세이브 칠드런'

유복렬 주카메룬대사

보코하람 피해 국경넘은 난민들

허허벌판 임시수용소서 힘든생활

한국, 아픔·상처 치유위한 지원에

"코이카 감사" 아이들도 환영인사





카메룬 최북부주 메메. 나이지리아와 맞닿아 있는 그곳은 허허벌판이었다. 멀리 돌무덤 같은 산등성이가 보였지만 평면의 벌판에 입체감을 주는 요소라곤 그게 전부였다.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메마른 땅이었다.

그런 척박한 곳에 나이지리아 보코하람을 피해 도망친 이주민 수만명이 임시수용소에 모여 살고 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할 때 아이들이 손수 만들어 환영인사로 선물해준 부채를 들고 황야에 아무렇게나 들어찬 작은 움막들을 지나 파란색 비닐을 덮어씌운 텐트 앞에 섰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한증막 같은 열기가 확 밀려오면서 금세 안경이 뿌예졌다. 그 열기와 함께 뿜어 나오는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머리가 핑 돌았다.

텐트 안에는 한낮의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해 모여 앉은 난민 가족들이 있었다. 너무 덥고 비좁은 텐트 안에서 도저히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아 수용소 한편에 나뭇가지를 엮어 차양 막을 만든 쉼터에 난민가족 여섯 명과 나, 그리고 유니세프 소속 여성 직원이 함께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열서너 살 나이에 평온하던 마을에 갑자기 들이닥쳐 온갖 살상을 벌인 보코하람 테러범들에 납치돼 5년여를 끌려다니다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10대 소녀들과 그 아이들이었다. 모두 보코하람의 아이를 낳은 어린 소녀들이 각자 자기애를 둘러업고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서 도망쳐 나온 것이다.



소녀들은 납치 경위와 포로생활, 탈출 경로, 건강상태 등에 대해 얘기했다. 이들이 불과 몇 년에 걸쳐 겪은 삶은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힘든 극한의 날들이었다. 먼발치에서 남자 모습만 보여도 소스라치게 놀라던 습관도 이곳 난민캠프에서 지내면서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세상에 자유와 선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이 소녀들은 그저 매 맞지 않고 강간당하지 않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새 삶을 찾게 해준 들어본 적도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들 앞에서 가슴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와 하염없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눈물을 참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보코하람 난리통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수만명의 난민들이 카메룬 최북부 사막 지역에 마련된 임시 난민캠프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니세프와 연대해 코이카를 통해 ‘분쟁·취약국 지원과 아동 및 소녀 인권보호’ 사업을 이곳에서 전개하고 있다. 국내 여건도 어려운데 거기다 주변 분쟁국들에서 몰려드는 난민까지 수용해야 하는 카메룬으로서는 한국의 지원이 고맙기 그지없으리라. 우리의 지원은 돈 몇 푼을 원조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명확한 콘셉트를 통한 인본주의적 접근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 역시 소녀들의 인권을 유린당했던 뼈아픈 상처가 있기에 이들의 치유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허허벌판에 빼곡히 들어찬 텐트마다, 그리고 나무그늘에 모여 그림을 그리면서 보코하람 만행의 상처를 달래는 아이들의 그림 도구마다 ‘대한민국 코이카’가 새겨져 있다. 내가 이곳에 도착할 때 환영인사를 하러 나온 아이들은 또렷한 발음으로 “대한민국 감사합니다! 코이카 감사합니다!”를 노래했다.

그곳에 줄지어 서서 내게 손을 흔들어주던 아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전쟁만 있는 것이 아니란다. 세상에는 죽음과 비명만 있는 것이 아니란다. 세상에는 아픔과 폭력만 있는 것이 아니란다. 이 세상에는 자유와 사랑이 있고 여러분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도 있단다. 대한민국도 그런 마음으로 여러분을 돕고 있다.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말자.”

우리나라는 수억만리 떨어진 아프리카 한복판에서 어이없이 보코하람의 희생물이 된 어린이들과 그들의 꿈을 지원하는 나라다. 그것이 한국의 노래가 돼 세계로 퍼져나간다. 나는 오늘도 그 노래를 되새기며 아프리카 카메룬에서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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