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아일랜드를 정복했던 19세기 후반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몰아쳤다. 소작농민들이 토지연맹을 결성해 영국인 귀족의 땅 관리인인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에게 소작료 인하를 요구했다. 보이콧이 거부하고 체납소작인을 추방하자 토지연맹이 비폭력 저항 행동에 나섰다. 상점은 물건을 안 팔았고 노동자는 그를 위해 일을 하지 않았으며 이웃들은 말조차 걸지 않았다. 결국 식량이 떨어지고 통신망도 끊겨 보이콧은 영국으로 돌아간다. 이후 부당한 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벌이는 집단적인 거부운동을 그의 이름을 따 ‘보이콧(불매운동)’이라 부르게 됐다.
이후 보이콧은 잘못된 조직이나 기업에 저항하는 방법이 됐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관계 등으로도 확산됐다. 1955년 12월 미국 앨라배마주 주도인 몽고메리의 한 버스에서 한 흑인 여성이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부했다. 그는 체포돼 유죄판결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흑인들이 반발해 1년여 동안 버스승차를 거부했다. 결국 미국 연방법원과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리고 대중교통에 대해 흑백분리 금지 명령을 내리게 됐다. 영화 ‘스타워즈’ 팬덤들은 ‘스타워즈’ 아홉 번째 시리즈 ‘라스트 제다이’에 너무 실망한 나머지 다음 시리즈에 대한 보이콧에 나섰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었지만 열 번째 시리즈 ‘한솔로:스타워즈 스토리’는 제작비도 못 건졌다. 국내에선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회장이 여직원 성추행사건 이후 불매운동이 벌어져 경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규슈와 오사카 등 일본 여행업계와 지방도시들이 한국인 여행객 급감으로 당혹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6~7월 한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니 8월엔 더 심할 것 같다. 일본 자동차 3사도 7월 한국시장 판매대수가 30% 이상 줄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일본 여행 불매운동이 계속되면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의 수도 감소할 것이고 한국 제품의 일본 판매도 줄기 마련이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악화될 경우 우리 기업이 받는 타격은 더 클 것이다. 과거사 문제는 양국 모두 국내적으로 매우 예민한 문제다. 외교적 노력을 다해 뒤얽힌 매듭을 서둘러 풀어줬으면 좋겠다. 한국과 일본이 독일과 유럽처럼 미래를 향해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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