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으로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를 지낸 신평(63·사법연수원 13기·사진) 변호사가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신 변호사는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대법관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신 변호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씨, 내려와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당신이 기득권자로서 지금까지 저질러 온 오류와 다른 사람들에게 안긴 상처에 대해 깊은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자신도 기득권 세력의 일원으로서 숱한 과오를 저질렀기 때문에 글을 쓰기 전 많이 망설였다”고 운을 뗀 신 변호사는 “지난해 봄 대법관 교체 시기에 조 후보자가 나를 진지하게 밀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고마움을 깊이 느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그러면서 “돈키호테니, 신의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인간이니 하는 비난을 듣더라도 말을 해야겠다”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신 변호사는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면 잘 보이지 않지만 기득권 세력과 그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로 나누면 희한하게 잘 보인다”며 “진보라고 표방하면서 기득권 세력으로서 누릴 건 다 누리는 ‘진보귀족’들도 자신이 챙길 건 철저히 챙겨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해방 후 지금까지 기득권 세력의 발호는 그치지 않았고 서민들은 사실상 개돼지 취급을 받았다”며 “조 후보자는 전형적인 진보귀족”이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특히 최근 딸을 KT에 부정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 후보자를 비교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신 변호사는 “조 후보자가 귀한 딸을 위해 기울인 정성이 김 의원의 정성에 비해 도덕적으로 더 낫지 않다”며 “오히려 세간에서는 김 의원의 경우는 별 것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교수 출신으로서 로스쿨이 안고 있는 병폐에 대해서도 지적을 멈추지 않았다. 신 변호사는 “조 후보자는 온갖 문제를 안은 한국의 로스쿨 제도를 허황한 설립취지를 원용하며 한사코 비호하고 로스쿨을 거치지 않고도 법조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함으로써 이 땅의 수만 명 젊은이들이 당신을 향한 원성을 내뱉어온 사실을 아느냐”고 물은 뒤 “나는 이 원한들이 모여서 결국에는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예언해온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글 막판에 자신을 조 후보자의 대학 선배이자 피데스(FIDES) 선배로 표현했다. 피데스는 서울대 법대 문우회 문집으로 조 후보자는 3학년 재학 중 이 잡지의 편집장을 맡았다.
신 변호사는 판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 1993년 ‘3차 사법파동’ 당시 법원 판사실에서 돈 봉투가 오간 사실을 폭로했다가 판사 임용 10년 만에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한 인물이다. 법관 재임용 탈락자는 그가 처음이었다. 다음은 신 변호사가 올린 글 전문.
[조국 씨, 내려와야 합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나 자신 사회적 지위(status)건, 성(gender)이건 기득권 세력의 일원으로서 숱한 과오를 저지른 사람입니다. 긴 시간 농사를 지으며 절절한 반성과 참회 속에 침잠해있는 처지로서 과연 감당할 수 있는 글인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듭니다. 그리고 촛불시민혁명을 열렬히 지지하며 현 정부가 들어서기를 학수고대한 처지로서 이 정권과 당신이 연계된 상징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2018년 봄 대법관 교체시기에 당신이 나를 진지하게 밀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으며, 이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말입니다. 나는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쪽으로 기웁니다. 어리석은 돈키호테니, 신의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인간이니 하는 비난을 듣더라도 이 말을 해야겠습니다.
조국 씨 이제 내려오십시오!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과 그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로 나누면 희한하게 잘 보입니다. 진보라고 표방하면서 기득권 세력으로서 누릴 건 다 누리는 ‘진보귀족’들의 행동에도 거침이 없습니다. 자신이 챙길 건 철저하게 챙겨왔습니다. 해방 후 지금까지 이렇게 기득권 세력의 발호는 그치지 않았고, 서민들은 사실상 개돼지 취급을 받아왔던 것입니다.
조국 씨! 당신은 숱한 인간적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 그래도 다른 정부보다는 나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분투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전형적인 ‘진보귀족’으로 살아왔습니다. 당신이 귀한 딸을 위하여 기울인 정성이 과연 김성태 의원의 그 정성에 비해 도덕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간에서는 김성태 의원의 경우는 별 것 아니라는 말이 나옵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조금 숨을 고르고 명상의 시간을 가진 뒤, 이 사회를 위하여 다시 헌신할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아, 한 가지 빠뜨렸군요. 당신이 온갖 문제를 안은 한국의 로스쿨 제도를 허황한 로스쿨 설립취지를 원용하며 한사코 비호하고, 로스쿨을 거치지 않고도 법조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함으로써 이 땅의 수만 명 젊은이들이 당신을 향한 원성을 내뱉어온 사실을 압니까? 나는 이 원한들이 모여서 결국에는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예언해온 사람입니다.
당신이 기득권자로서 지금까지 저질러 온 오류와 다른 사람들에게 안겨준 상처들에 대하여 깊은 자숙의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넓고 길게 보며, 그후에 다시 국민들 앞에 나서도록 하세요.
8월 20일
당신의 대학 선배이자 FIDES 선배로부터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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