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에도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군 안팎에서는 군사적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경우 일본이 가진 대북 정보자산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군사정보 위성 8개, 이지스함 7척, 장거리 지상 레이더 4기, 공중조기경보기 17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지스함 3척에 장거리 지상 레이더 2대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다. 특히 최근 북한이 탐지·추적은 물론이고 요격이 힘든 신형 대남 단거리 타격전력 3종 세트에 대한 전력화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협정 파기를 선택한 것은 대북 감시전력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실전배치한 KN-23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조만간 전력화할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와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 등 신종 단거리 3종 세트에 대응하려면 미국이든 일본이든 정보를 최대한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5월 초부터 이달 16일까지 북한이 잇달아 발사한 KN-23 등 ‘신형무기 3종 세트’는 우리 군의 대응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될 정도로 그 위력을 증명했다. 기존 SRBM보다 훨씬 낮은 고도(최저 30km)에서 음속의 6배를 넘나들면서 비행하는데다 막판에 요격을 피하는 ‘변칙 회피 기동’까지 선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군의 대응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북한이 7월25일 함남 호도반도에서 동해로 KN-23 신형 SRBM 2발을 쐈을 때 군은 사거리를 각각 430여㎞, 690여㎞라고 했다가 다음날 모두 600여㎞로 정정했다.
북한이 동해상의 북동쪽으로 SRBM이나 방사포 등을 쏘면 지구의 곡률(曲率)로 인해 우리 군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 쪽에서는 육상 레이더나 해상의 이지스함으로 이 방향의 미사일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어 더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와대는 협정이 파기됐지만 2014년 말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신빙성이 크지 않다. 이 약정은 한일 양국이 미국을 거쳐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내용이기는 하나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 정보 공유 채널을 먼저 끊어버린 상황에서 미국을 경유한 정보 공유가 이전처럼 원활히 이뤄지길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이 한국의 협정 파기를 빌미로 북한 핵·미사일 정보 공유를 거부하면서 한미동맹의 틈을 벌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북 정보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군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없을 때도 한미 양국의 정보자산으로 위험 요인을 충분히 파악했다”며 “일본의 정보 제공은 부수적이어서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재개돼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결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와 관계없이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완벽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미군 측에 정부의 이번 결정 배경과 과정 등을 별도로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16년 11월 지소미아 체결 이후 일본과 2016년 1회, 2017년 19회, 2018년 2회, 올해 7회 등 29차례 군사정보를 교환했다. 올해는 북한이 5월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부터 일본과 정보교환을 했다. 이달 16일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북한판 에이테킴스) 2발을 쐈을 때까지 모두 7차례 정보를 교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소미아의 원래 성격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2급 비밀 이하를 교류하는 것이어서 정보 교환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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