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배급사가 추석 시즌을 맞아 ‘타짜 : 원 아이드 잭’, ‘나쁜 녀석들 : 더 무비’, ‘힘을 내요, 미스터리’ 등 기대작을 내걸고 일제히 진검승부에 나선다. 이 가운데 오는 11일 개봉하는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2000년대 초반 코믹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우 차승원(사진)이 12년 만에 코미디 장르로 복귀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등으로 관객 1,400만 명을 동원하며 ‘코미디 장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차줌마’ 등의 별명으로, ‘국민 호감 배우’ 유해진과의 ‘찰떡 호흡’으로 대중에게 더욱 친근한 배우가 됐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승원은 “이번 영화는 사회 곳곳에 마블처럼 박혀서 세상을 부드럽고, 원활하게 만들어주며, 보듬는 역할을 하는 고마운 분들에 대한 헌사와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히어로 같은 근육질을 자랑하지만 지능은 어린아이 수준인 철수 역을 맡았다. 어느 날 철수와는 정반대로 ‘어른 같은 딸’ 샛별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통상 감독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게 되는데 따뜻한 코미디 영화 ‘럭키’로 7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계벽 감독을 꼭 닮은 작품이라고도 했다. “‘럭키’에 출연한 유해진이 성격이 만만치 않은데 이 감독은 정말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극 초반에 그는 ‘아줌마 파마’ 머리를 한 동네 아저씨의 모습으로 등장해 ‘차승원표 코미디’의 서막을 알렸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를 향해 갈수록 휴먼 드라마이자 가족 영화로 변신한다. 그는 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을 모티브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고 강조했다. 차승원은 “약간 모자란 듯한 철수가 참사 당시 소방관이었다는 과거 등이 드러나면서 캐릭터와 영화의 장르가 반전된다”며 “이 때문에 사건과 캐릭터가 희화화되거나 영화 흥행 소재로 이용되지 않기 위해 연기 톤을 잡느라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수가 사고 후유증을 앓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등 자료를 유튜브로 찾아보며 공부했다”고 덧붙였다.
‘차승원의 코미디’는 다소 연극적이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기도 한 ‘묘한 모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덧 나이 50세의 연륜이 묻어나면서 연기가 거의 거슬림 없이 자연스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30대는 요동치던 시기가 있었고, 40대도 그랬다”며 “지금은 ‘야 너 축하해’ ‘야 너 왜 그랬어’ 이런 말을 듣지 않는 평온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정체라는 의미보다는 별 탈 없이,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없이 무탈하게 지내는 현재가 좋다”며 “나를 꾸미거나 보호하기 위해 장막을 치지 않아도 괜찮은 나이가 됐다. 예전에는 피해를 본다고 생각되면 내 안에 숨겨진 날카로운 것들이 훅하고 튀어나와 상대를 향해 쐈는데, 요즘은 감춘다”고 덧붙였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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