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4일(현지시간) 70억달러(약 8조3,87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중 15억달러어치는 30년물이다.
2,000억달러가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애플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애플은 3·4분기 현재 현금과 단기매도가 가능한 증권 등 현금성 자산 2,106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이 해외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적용하는 세율을 35%에서 15.5%로(비현금성 자산은 8.0%) 일시적으로 낮추면서 애플 등 다국적기업들은 채권 발행 대신 해외에서 번 현금을 조달해 쓰는 방식을 택했다.
■‘현금 부자’ 이례적 행보 왜?
채권 수익률 사상최저 수준
저리로 장기간 차입 가능해
30년간 2억弗이상 아낄 듯
두둑한 현금을 가진 애플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금리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저리 자금을 빌려 쓰는 편이 비용절감 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떨어지고 불확실성 속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국채에 몰리면서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2%를 밑돌고 있다.
애플이 신규 발행하는 30년물 회사채금리는 30년물 국채금리보다 1.03%포인트 높은 2.99%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번 30년물 채권 발행을 통해 연간 700만달러에 가까운 이자를 아낄 수 있으며 30년 동안 총 2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애플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내년에 만기 예정인 100억달러 규모의 부채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0억달러 규모 부채의 재융자 등에 보탤 것으로 보인다.
또 국채금리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 수요가 많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이달 들어 월트디즈니·코카콜라 등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 규모가 5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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