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개봉을 앞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원작으로 삼았다. 사건 해결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은 용역 깡패 박웅철(마동석 분), 사기꾼 곽노순(김아중 분), 과실치사로 수감 중인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 분)과 함께 호송 중 테러로 탈출한 범죄자를 체포하고 사건의 배후를 추적한다.
이 영화는 드라마로 남아있는 편이 좋았겠다. 스토리가 하나의 완결성을 갖춰야 하는데도 캐릭터 배경 설명에 치중한 나머지 메인 줄기가 허술하다. 반전은 있지만 빈약한 복선 탓에 뒤늦게 무릎을 치는 맛이 없고, 시선을 잡기 위해 반복된 유혈 낭자한 장면은 긴장감 대신 피로감을 일으킨다. 허술한 전개는 흑막이 밝혀질 때 가장 큰 구멍을 보인다. 영화 후반까지 아무런 암시가 없다 갑자기 일본 야쿠자가 악당으로 등장한다. 그 공백은 반일감정에 호소해 메우려 한다.
각 캐릭터의 특성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박웅철 홀로 개그를 담당하다 보니 무리하게 반복되는 유머 패턴에 웃음 타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 사기 5번 곽노순의 총명한 머리는 잡범을 체포하는 데 쓰일 뿐 흑막을 밝히는데 핵심 역할을 하지 못한다. 투지 넘쳐야 하는 고유성은 욕설로 대사가 범벅돼 철없고 유치한 인물로 그려진다. 원작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오구탁은 영화 내 비중이 작아 매력을 뽐낼 틈이 없다. 악당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대륙진출을 위한 야욕, 한민족 비하 등만 강조되며 단선적인 인물에 머문다.
다만 스크린 데뷔를 마친 장기용의 연기와 마동석 특유의 개성을 맛보는 재미는 있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찾아온 김아중의 능글맞은 연기도 반갑다. 다른 영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면 더 풍성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발차기 달인의 액션도 시원하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속편이 제작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다시 극장에서 만나게 된다면 액션과 유머 욕심을 조금 비우고 줄거리 구성에 힘쓴 매력적인 나쁜 녀석들로 돌아오길 바란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