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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던 '공보준칙'...曺수사 압박용이었나

작년 대검에 보낸 공문선

"준칙 지켜라" 언급 뿐

曺장관 정책구상에도 없어

조국 법무부 장관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고육책을 꺼내들었으나 일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겨냥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당정이 뒤늦게 ‘조 장관 가족 사건 이후 시행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오히려 최근 수사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정책 카드를 사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자인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18일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박상기 전 장관이 재임 중이던 지난해 7월23일과 올해 2월28일 두 차례에 걸쳐 대검찰청에 공문을 보냈다. 앞서 박 전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지난해 피의사실 공표 문제와 관련해 두 차례나 대검찰청에 공문을 보냈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그 부분이 준수되지 않아 아예 검찰의 공보규칙을 바꿨으나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공문 내용은 공보준칙을 준수하라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공문에 따르면 법무부는 “향후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수사공보준칙을 보다 더 철저히 준수하라”며 “위 준칙을 위반한 피의사실 공표, 수사 진행상황에 대한 과잉 공보행위 등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공문을 보낸 시점은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경검 간 갈등이 울산 약사법 위반 사건을 기점으로 폭발한 때였다. 피의사실 공표 기준을 논의하자는 경찰의 거듭된 요청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온 법무부의 태세 전환이 ‘뜬금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앞서 현행 수사공보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개정하는 법무부 훈령 초안이 공개됐다. 사실상 형사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를 제한한다는 내용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법무부는 “피의사실 공표 제한은 인권보호,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고려해 박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추진해온 것”이라며 조 장관 수사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훈령 초안은 박 전 장관 재직 시절인 지난해 8월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는 게 법무부 주장이다.

법무부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조 장관은 취임 일주일도 안 돼 전임 장관이 완성한 정책 초안에 돌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더군다나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정책구상을 발표하며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중점 사안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는 법무부 내부의 정책 논의였기 때문에 조 장관의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준비단에서 별도로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조 장관을 겨누면서 갑자기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꺼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논란이 커지자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조 장관 가족 사건이 종결된 후 공보준칙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서 이인영(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국회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도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식한 듯 민주당 의원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참석했다. 조응천·송영길·윤관석·송기헌·송갑석·이규희·김영진·최재성·이상민 등 민주당 의원만 9명이 몰려와 예정에 없던 릴레이 축사를 이어가며 조 장관 ‘지원사격’에 나섰다. 피의사실 공표로 문제가 된 검찰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힘겨루기 중인 민갑룡 경찰청장도 자리를 지켰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변협은 오래전부터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를 지적해 왔는데 최근 이를 둘러싼 논의 상황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법무부에서 특혜 의혹 없이 준칙을 공정하게 마련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오지현·윤경환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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