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원내대표가 다음달 2일부터 21일까지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야권은 ‘조국 국정감사’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각 상임위원회에서 재계 인사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칫 올해 국정감사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대기업 ‘망신 주기’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가 정기국회 의사 일정을 확정하자 국정감사 증인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여수 지역 산업단지 등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 배출 측정 조작 관련 질의를 위해 LG화학·한화케미칼·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GS칼텍스 등의 공장장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필요성에 대해 묻기 위해 안정옥 SK C&C 사장도 부른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주 최종 여야 간사 협의를 끝내고 증인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증인 명단에 올랐다고 알려진 인물은 황창규 KT 회장과 하현희 LG 유플러스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이다. 망 사용료 실태를 점검하고 ‘한일 경제 전쟁’에서 일본에 경쟁력 있는 5G 장비·서비스 등에 대한 육성 정책을 묻겠다는 취지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 대표들도 국감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기업인을 대거 호출할 태세다. 해당 상임위 소속 바른미래당 간사인 정운천 의원이 농어촌 상생기금 출연 실적이 저조한 이유를 따지겠다며 기업 규모 1~15위 그룹 총수를 모두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했으나 여야가 대기업 5곳의 사장을 부르는 선에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23일 최종 간사협의를 거쳐 24일 증인·참고인 명단 등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 내에서는 올해 국감의 기업인 무더기 호출이 “예년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 격돌이 격화되면서 이에 관련한 증인 채택 등이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계는 앞선 국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특정 사건 등과 연루되면서 증인 명단에 오르기도 하나 여전히 ‘부르고 보자’는 식의 호출이 여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어 기업 총수나 임원진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렇지 않을 경우도 해마다 왕왕 있었다”며 “정책 의견이나 산업계 상황에 대해 묻는다는 취지이나 그 이면에는 다른 셈법이 존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증인 채택의 뒤에는 신청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이나 민원이 연관돼 있는 사례도 자주 있다”며 “대부분이 별다른 사안이 없는데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국감과 연관이 없는 요청을 해오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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